[현장+] ‘S’ 없는 포스코의 'ESG 경영’

오수진 기자 승인 2021.07.16 10:16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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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오수진 기자


[한국정경신문=오수진 기자] “미국에서 노예들에게 대량 생산 제조를 시켰던 제철 역사는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취재차 만난 한 포스코 제철소 관계자의 발언이다. 제철 역사가 150년이나 됐지만 제철소 환경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단 뜻이다.

‘굴뚝산업’ 철강업계에서는 ESG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ESG경영은 이제 기업들이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ESG와 동떨어져 있는 기업은 사회 흐름에 따라 도태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처도 ESG로 기업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또한 ‘100년 기업’을 목표로 ESG 경영을 거듭 외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ESG경영에는 ‘S’를 의미하는 ‘사회(Social)’가 없는 듯하다. 사회가 의미하는 바는 지역사회와 협력관계, 인권보장, 근로자 복지 및 안전과 고용안정 기여다.

포스코에게 산업재해는 꼬리표로 붙어있다. 이 꼬리표는 지금도 떼질 못하고 있다.

2018년 이후 3월까지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16건, 사망한 노동자는 21명이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 후 발생한 수많은 사고에 국회까지 불려갔으나 사고는 지금도 되풀이 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노동자들은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안전설비 강화도 말만할 뿐 변한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비단 사고뿐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매일 여의도보다 3배는 큰 제철소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고 있어 ‘직업성 암’의 공포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수면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철소 관계자에 따르면 제철소 업무는 고되고 위험해 일제강점기 때는 강제 징용자들이 제철소 업무를 했다고 한다. 이 열악한 작업환경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직업성 암에 걸린 노동자들이 대거 나타났음에도 끝까지 노동자 탓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9년간 포스코 포항 코크스 공장에서 근무한 A씨가 얻은 것은 ‘간질성폐질환’이었다. A씨는 사측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사측은 석탄분진이 법적 노출기준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어 업무수행으로 인한 발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석탄분진에 장기간 노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직업력 및 작업공정이 명확했으며 원인물질과 질병의 관련성도 잘 알려져 있어 추가적인 전문조사 없이 업무 관련성 판단이 가능했단 점에서다. 다행히 A씨는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았지만 다른 노동자들은 여전히 일하다 얻은 질병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러한 행보를 보여준 포스코가 진정한 ESG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포스코가 꿈꾸는 100년 기업의 중심에는 오너가 아닌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젠 포스코가 허울 좋은 ESG 계획만 외칠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 있는 노동자에게 안전할 권리부터 되찾아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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