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풀리지 않는 홈플러스 노사 갈등..여성 노조원 삭발식 단행

노조, 19일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 보장 요구 파업 선포
사측 "전환배치 초과인원 수용" 제시에도 교섭 지지부진
비노조, 진정성 있는 협상·자사 이미지 실추 행위 중단 요구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6.16 17:50 | 최종 수정 2021.06.17 09:24 의견 0
16일 서울 청계천 광동교 앞에서 집단 삭발식에 참여한 이마트 여성 노동자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홈플러스 노사가 지난해부터 18개월 간 임금 및 단체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홈플러스 측은 임금인상안·고용안정 입장과 함께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으나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노조는 16일 서울 청계천 광동교 앞에서 여성노동자 집단 삭발식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MBK 파트너스(대주주 사모펀드)가 1조 투자약속 미이행과 인력 9000명 감축, 매장·부지 등 부동산 3조5000억 매각 등으로 홈플러스가 망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9일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전 조합원의 파업을 선포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 80여 개 지회에서 3500여명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노조는 홈플러스 직원 중 본사 내근직을 제외 조합원 비율은 3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삭발식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삭발식은 50명을 중심으로 총 조합원 350여명이 모여 진행됐다. 노조는 광화문 MBK 본사 앞 무기한 농성을 시작으로 투쟁 강도를 높여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경찰이 방역수칙 위반을 지적하며 해산을 요구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조 [자료=홈플러스]

이에 사측은 “고용안정 약속과 실제 고용 보장이 이뤄지고 있으나 노조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선 넘는 쟁의 행위로 임단협은 뒷전인 모습을 보여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 4월 대표 집중 교섭 시에 임금인상안과 고용 안정 입장을 전달했다.

회사 제시안에는 임금인상율 3.4%와 함께 자산유동화로 인한 고용안정 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이 담겼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뿐 아니라 전환배치로 인한 인근 점포의 초과인력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노조연대는 4월말 임단협 모두 발언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간접강제이행금 50만원을 100원짜리 동전 5000개로 내던지며 자리를 떠났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간접강제이행금은 홈플러스가 노조의 일부 쟁의 방식이 영업방해라고 판단해 법원의 가처분 금지 신청을 거친 결과다. 지난 1월 법원이 쇼핑 방해 등 위반행위 1회당 50만원씩을 홈플러스에 지급하라고 노조에 판결한 바 있다.

또 홈플러스는 이달 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노조 측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11월 총파업 성사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협상과 관련 없는 행보를 보인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자료=홈플러스]

홈플러스 노사 갈등은 최근 노노 및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비(非)노조 일반직원들로 구성된 한마음협의회도 전날(15일) 노조 측에 입장문을 보냈다. 한마음협의회는 협상권은 없으나 현 상황을 방치할 수 없어 입장문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한마음협의회는 ▲진정성 있는 협상 마무리 ▲6월 협상 결렬 시 조합원 제외 모든 직원에게 6월 내 인상된 임금 적용 ▲노조의 홈플러스 이미지 실추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전국홈플러스노동조합도 입장문에서 “홈플러스 측이 내놓은 협상안에 대해 교섭대표 민주노조연대가 답을 내놓을 차례”라며 “제시안이 수긍할 수 없는 안건이더라도 협상장에서 논쟁으로 풀어가야 할 상황을 장외에서 고집하는 것은 진정성 있게 진행할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년여 동안 매각 폐점을 마주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에도 희생해온 2만 직원들은 협상 당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협상 태도와 홈플러스 직원들을 위한 협상 인상안이 도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노동조합 간 2020년 임단협이 아직도 타결되지 못해 직원들이 아직도 2019년 임금을 받고 있다”며 “홈플러스 직원들은 임단협 체결을 기다리는 상황인데 노조는 임단협과 관련 없는 노조의 퍼포먼스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미 없는 소모전을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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