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韓 소비자우롱’ 알리, 발암물질 어린이 문구 버젓이 판매중

박진희 기자 승인 2024.04.23 11:28 의견 0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캐릭터 연필에서는 발암물질이 발견됐다. 발견 직후 조치를 취한다던 알리 측 입장과 달리 현재까지도 알리앱에서는 해당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발암물질 검출로 논란이 된 제품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여전히 판매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본지 확인결과 알리앱에는 지난 8일 서울시가 공개한 발암물질 검출 제품 목록 중 캐릭터 연필이 여전히 판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달 알리에서 판매율 상위에 오른 어린이용품과 생활용품 3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물리적 안전성이 충족되지 않는 제품도 다량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8일 밝힌 바 있다.

부적합 판정 제품은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 ▲보행기 ▲목재 자석 낚시 장난감 ▲사탕 모양 치발기 ▲바나나 모양 치발기 ▲캐릭터 연필 ▲지우개 연필 ▲어린이용 가죽가방 등 총 8개 품목이다.

23일 현재에도 판매 중인 발암물질 검출 제품 (자료=한국정경신문 DB)

어린이용 가죽가방에서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4종이 검출됐으며 총합은 기준치의 55.6배에 달했다. 어린이 물놀이 튜브에서도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캐릭터·지우개연필(DEHP 33∼35배)과 목재 자석 낚시 장난감(DBP 2.2배)에서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나왔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불임 유발 등 생식 독성이 있다. 이 가운데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다.

이에 대해 알리 측은 “최근 보도된 상품에 대한 내부 조사를 시작했다”며 “안전 인증이 필요한 상품이 국내 규정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에서 즉시 삭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명과 달리 보름이 지난 23일 현재까지 문제의 제품 중 일부는 알리앱에서 판매 중이다.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대책도 마련해야

국내 시장을 빠르게 점유 중인 알리는 제품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귀국한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개인정보위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에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 데 유예 기간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 부위원장이 참석한 베이징에서의 인터넷 기업 간담회에는 중국인터넷협회(ISC)를 비롯해 알리, 테무, 360그룹, 치안신그룹 등 13개 중국 기업이 참가했다.

최 부위원장은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자국과는 다른) 국내 제도나 법,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중국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급하게 진출하다 보니 간과한 측면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위반 시 직전 3년간 평균 매출액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과징금이 매겨질 수 있다. 외국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면 관련법에 적용받는다는 점을 알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업체의 어려운 사정을 잘 감안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유예기간을 줄 수는 없다고 분명히 전달했다”며 “이러한 우리 측의 지적에 (간담회에 참석한) 모든 중국업체도 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최 부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진행해온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를)적어도 상반기 안에는 마무리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업체들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 급격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놓친 부분에 대해 의사를 표명하는 등 조사에 잘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