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카드 신사업 제동 걸리나..제재심 내달 3일로 연기, 중징계 '초읽기'

조승예 기자 승인 2020.11.27 16:47 의견 0
삼성생명 강남 사옥 (자료=삼성생명)

[한국정경신문=조승예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결과를 다음달로 연기하면서 제재 수위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전에 예고한대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삼성생명은 물론 자회사인 삼성카드까지 신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금감원 "밤늦게까지 심의 진행했으나 결론 못내, 추가 논의"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전일 삼성생명 종합검사에 대한 결과 조치안을 오후 늦게까지 심의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해 다음달 3일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 측과 금감원 검사국의 진술을 청취하면서 밤늦게까지 심의를 진행했으나 시간 관계상 일단 회의를 마치고 다음에 심도 있는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재심에 오른 주요 안건은 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건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건이었다. 특히 삼성생명이 다수의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제재 여부가 핵심이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기관경고'의 중징계 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건의 핵심 쟁점은 요양병원 입원과 입원 때 받는 치료가 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인 '직접적인 암 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부분의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직접적인 치료'의 정의와 범위가 불분명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은 약관상 암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입원비를 지급하기로 명시돼 있지만 삼성생명이 요양병원이라는 이유로 입원비를 주지 않는다며 수년간 분쟁을 이어왔다.

보험사는 보험상품 약관에 정해진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줘야한다. 문제는 1990년~2000년대 초반 판매한 암 보험 상품 약관에 요양병원 관련 내용이 약관에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험 가입자들은 "암치료에 '직접'과 '간접' 치료 구분이 명시된 약관이나 의학적 근거는 없는데 보험사는 약관에 없다는 이유로 암 입원 보험금을 미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카드 로고 (자료=삼성카드)

■ 기관경고 확정땐 자회사 포함 1년간 신사업 진출 불가

삼성생명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는 장기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란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최근 암 입원비 지급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방어에 나서고 있다. 법원은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어 암 입원비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사례를 요양병원 입원비 분쟁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말기 암이나 잔존 암, 암 전이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입원이 필요했던 경우에는 입원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마저 거부하는 것은 약관에 어긋난다는 시각이다.

주요 대형병원은 수술 등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환자를 퇴원시키기 때문에 일부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 대형병원을 오가며 항암 치료 등을 받는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이전과 달라진 기류를 보인 금감원이 보험 소비자의 입장을 더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9월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 등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존에 직접 치료로 인정하지 않았던 면역력 강화 치료도 항암치료를 목적으로 받을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2차 제재심에 앞서 "대법원 판단이 제재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주요 안건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그룹 계열사인 삼성SDS로부터 배상금을 받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제재심 안건으로 올렸다.

삼성생명은 삼성SDS에 전산시스템 구축을 맡기면서 기한을 넘길 시 배상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삼성SDS가 기한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삼성SDS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했다고 보고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내달 3일 열릴 제재심에서 삼성생명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를 의결하면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삼성생명이 기관경고를 받을 경우 1년간 감독당국 등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데이터3법' 통과, 저금리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사업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생명 역시 헬스케어, 구독경제, 마이데이터, 자산운용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어 새로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진다.

삼성생명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삼성카드도 타격을 입게 된다. 금융위는 앞서 삼성생명이 금감원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카드가 신청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심사를 중단했다. 사실상 삼성생명의 중징계가 '초읽기'에 들어 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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