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인구절벽·부실운용 덫 걸린 국민연금..폭탄돌리기 해법은 협치

김재성 주필 승인 2018.08.20 12:57 의견 3

[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1988년 이 제도가 출범할 때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관료들이 바보가 아닐진대 왜 이런 불합리한 설계를 했는가? 가입대상인 직장인들이 매월 급여의 9%의 보험료를 신종 세금으로 여겨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57년 기금 고갈 예고는 이미 내재된 재앙이다. 그나마 2006년 유시민 장관시절 소득대체율(수급액)을 60%에서 40%로 대폭 낮췄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 보다 10여 년 더 빨리 기금고갈이 올 뻔했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에 있다. 그러자면 재정안정이 필수다. 재정안정은 두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하나는 인구구조다. 또 하나는 기금 운용이다. 인구구조는 매년 연금 신규가입자 수가 연금 수급자로 진입하는 수보다 많으면 최상이다. 이를테면 당장 내년에 태어나 25년 내지 30년 후에 연금가입자가 되는 사람이 그 해에 연급수급자로 진입하는 수보다 많고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져 피리미드 구조가 돼야 계속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행복한 연금이 될 수 있다.

인구구조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최악의 조건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지난 1983년부터 현상 유지선인 2.1명이 무너져 지난해에는 1.05명, 보건연구원에 발표에 의하면 내년이면 1.0도 무너져 세계유일 0.x 국이 될 수도 있다. 그에 비해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 2020년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20%, 2057년이 되면 45%가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문제는 애초 국민연금을 설계 할 때는 이처럼 유아용 기저귀보다 노인용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리는 문명사적 재앙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국민연금 구조는 많이 내고 적게 받아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유럽의 독일 영국 스웨덴 등이 먼저 겪은 인구절벽에 의한 재앙이다. 이 나라들은 기금고갈 문제를 매년 그 해 지출해야 하는 노후소득 보장 예산을 경제활동인구에 직접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기금고갈을 세금으로 해결하려 들면 아마 국민의 조세 저항을 만날 것이다. 

현재 634조원에 달하는 기금운용은 잘하면 인구구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물론 잘 못하면 그 반대가 된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기금 운용 방식에 더 중점능 둬야 한다. 

첫째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연금 기금이 삼성의 경영권 확보에 동원돼 손실을 입힌 사례에서 보듯이 연금은 철저하게 경제논리 투자논리로 움직여야 한다. 둘째 A급 투자전문가들을 확보하고 그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 본사가 전주에 있는 것은 이 점에서 치명적이다. 연금불입 기간 60세에서 65세, 연금 수급 65세에서 68세, 그야말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설로 문재인 정부가 홍역을 치렀다. 대통령이 관계부처를 질책하고 관련 장관이 나서서 아니라고 하니 믿어야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것이 정직한 처방 아닌가?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복수의 안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가입자에게 부담을 더 가하는 것 말고는 묘안이 나올 리 없다. 나온 후에도 문제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슈레더 독일 총리가 국민연금 개혁하고 다음 선거에서 패했고 지금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연금 개혁 발표하고 고역을 치루고 있는데 표에 죽고 표에 사는 우리나라 의원님들이 과연 이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개혁안에 순순히 손을 들어줄지 의문이다.

어쨌거나 연금개혁은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번에 못하고 폭탄 돌리듯 다음 정부로 넘기 면 그 때는 더 힘든 개혁을 감수해야 한다. 이쯤해서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다.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 문제야 말로 여,야가 협치로 풀어 보라고.

이 문제는 과거든 현재든 한 정권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한 정파가 단독으로 묘안을 창출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같이 논의해서 결론을 도출하고 같이 책임지고 같이 칭찬 받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협치의 범위는 가입자와 수령자의 역삼각형 해소를 위한 문제, 기금 운용 방안이 될 것이다. 과거 5~7%에 달하던 기금운영 수익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1.06%대에 그쳤다. 이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장기간 공석 등 경영책임 외에 저성장 시기의 구조적 원인도 있다. 이런 문제도 협치의 테이블에 올릴만한 과제다. “축구 감독만 수입할 것이 아니라 수 백조를 주무르는 기금운용 전문가도 수입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협치라야 이런 저런 과감한 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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