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시간 58분이면 강릉역 바다"..서울~강릉 첫 KTX 강경선 타보니

변옥환 기자 승인 2017.12.27 11:17 | 최종 수정 2022.01.10 10:41 의견 1
경강선 고속열차 산천 [사진=변옥환 기자]

[한국정경신문=변옥환 기자] 서울과 강릉을 잇는 고속철도 경강선이 개통한 지 사흘이 지난 25일. 서울역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KTX에 올라탔다.

국내 최초 동계올림픽이 벌어지는 강원도까지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사람들을 실어 나를까.

열차 외벽에는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반겼다. 출발 전 사람들은 열차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열차가 소리를 내뿜었다. 드디어 강원도로 출발.

열차 안은 젊은 남여 커플과 가족들로 가득 찼다. 날이 포근한 크리스마스라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김정우(25, 서울 강남구)씨도 여자친구와 함께 강릉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우 씨는 "경강선이 개통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릉 바다를 보기 위해 바로 크리스마스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끊었다"며 "강릉 가끔 놀러가는데 KTX로 가면 어떨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에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경기도 양평을 지나 1시간 8분 뒤에 강원도 원주 만종역에 도착했다. 고속버스보다 빨랐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원주 만종역 근처에 있는 원주고속버스터미널(원주시 단계동)까지 빠르면 1시간 30분이 걸린다.

강원도에 직장이 있다는 황모(66, 서울시)씨는 "오늘 일때문에 경강선을 이용했다. 생각보다 편리해서 앞으로 자주 타고 다닐 거 같다"며 "경강선이 생기기 전에는 자가용을 타고 다녔다. 차가 막히면 3시간 넘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1시간 2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정말 빨라졌다"며 감탄했다.

열차는 또 달린다. 원주를 지나 횡성역에 들어설 무렵 온 사방은 눈으로 덮였다. 열차는 눈 속을 달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역무원 정모(29)씨는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내 구간은 철로에 열선이 깔려 있어 눈이 많아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다. 첨단 기술을 접목해 열차의 안전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채원정(47, 경기도 양평군)씨는 "종종 가족과 같이 강원도에 놀러간다. 갈때마다 차가 막히고 눈길사고도 날뻔한 적이 있었다"며 "양평에서 강릉까지 고속철도가 뚫리니 빠르기도 하고 여행기분도 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경강선 개통 소식을 듣고 남편과 당일치기로 강원도 여행에 나섰다는 채 씨의 얼굴은 설렘으로 달아 올랐다.

강릉역 내부 모습 [사진=변옥환 기자]

정오에 출발한 열차는 오후 1시 58분 드디어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에 들어서자 평창올림픽이 여행객들을 맞이 했다. 올핌픽을 알리는 현수막이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가족들은 자녀와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다. 강릉역 입구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와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수호랑'은 포토존으로 인기만점. 역사 안 한 쪽에는 원주~강릉 고속철도 건설 과정을 보여주는 종합전시관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다. 표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익숙한 열차 매표소는 보이지 않는다. 한쪽에 마련된 발권기로 사람들은 향한다. 역무원은 발권기 앞에서 사람들의 열차표 구매를 돕고 있다.

강릉역은 '대목'을 맞아 여행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강릉역 역무팀장 변모(46)씨는 "지난 2014년 옛 강릉역이 운영중지되고 나서 3년 만에 새롭게 KTX역으로 열었다. 개통 후 통계는 안냈지만 관광목적으로 오는 분들이 강릉 명소를 물으러 고객지원실을 많이 찾고 있다"며 "시에서 역 내 관광안내소를 설치하려고 준비 중이다. 교통편의를 위해 시에서 투어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서울과 강릉을 2시간에 연결하는 경강선. 첫 출발은 OK, 사람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새로 개통한 강릉역을 구경하러 왔다는 주민 신경숙(54, 강릉시)씨는 "지역민 입장에서 수도권과 가까워져서 좋다. 경제도 더 활발해질테니 많이 기대된다"며 "아직 경강선을 타보진 않았지만 종종 이용할 생각이다. 이전에 차로 3시간은 가야했는데 그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덜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경강선은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첫 고속철도 노선이다. 지난 22일 첫 개통했다.

경강선에 들어가는 열차는 올해 제작된 3세대 KTX 산천 열차다. KTX 산천의 운행 최고속도는 시속 300㎞. 경강선은 최고 시속 250㎞까지 달릴 수 있다. 22일 개통 후 경강선은 편도 기준 주중 18회, 주말 26회 운행하고 있다. 이날 크리스마스 공휴일에는 대체로 30분 간격으로 차가 배치됐다.

이날 경강선을 탄 사람들은 이구동성 "경강선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앞으로 경강선을 타고 강원도 종종 놀러 가겠다"고 외쳤다.

다만 강릉역 주변 인프라(기반시설)는 아직 부족했다. 근린시설(마트, 백화점 등)이 부족하고 관광안내시설이 없어 강릉으로 목적 없이 즉흥 여행을 오면 당황할 수도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 시내 버스 확충 등 교통시설이나 여러 편의시설을 계속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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