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중국몽(中國夢)이 내우외환을 만났다. 미국의 견제에 부닥친 것이다. 미국은 공산당을 들먹이며 중국의 체제에 시비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국제사회의 금기인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고 홍콩사태에 부채질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더 크기 전에 아주 주저앉히겠다’는 전략이 확실해 보인다.
하필 이 때 홍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범죄인 중국송환 법' 반대로 촉발된 반 중국 시위는 법안보류는 물론이요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하야로도 끝날 것 같지 않아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중국몽(中國夢)의 근저에는 역사시대와 기원을 같이하는 중화사상이 깔려있다.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란 그 옛날 중국의 황금기에 유럽과 인도, 지중해 남태평양으로 통하던 내륙 3개, 해상 2개 노선의 신(新) 실크로드 복원이다. 그리고 이 벨트는 공교롭게도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대착지점이다.
2017년 12월 중국 경제일보가 발표한 교통은행 금융연구센터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2028년에 미국을 따라잡고, 2050년에는 미국의 1.4배에 이른다. 이런 예측대로면 앞으로 10년 후 하늘아래 왕의 땅 아닌 곳이 없는(普天之下 莫非王土) 중국식 세계화를 달성하려는 중화세계의 꿈은 현실이 된다.
미국은 언제부터 중국을 주시했을까. 아마도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일대일로의 큰 그림을 발표할 때부터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2001년 중국이 WTO(국제무역기구)에 가입하는 순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WTO에 가입은 미국 주도의 시장질서에 편입을 의미한다. 그런데 장쩌민(姜澤民) 주석은 이를 위해 2000년 가을 미국 TV에 출연해 영어로 미 독립선언서를 암송하는 정성을보였다. 중국식 내숭, 제갈량(諸葛亮)표 덩샤오핑(鄧小平)명언의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지난 해 10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작심하고 중국을 비판했다. 그 때만해도 북한에서 중국을 떼 내기 위한 전략쯤으로 여긴 사람이 많았다. 미국이 플라자합의로 일본을 주저앉힌 1985년 1인당 GDP가 미국의 60%선인 1만 달러인데 비해 2018년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이지만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타깃은 중국의 4차 산업이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한 나라다. 그 덕택에 미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에 섰다. 그 핵심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이다. 특히 주목해야할 산업은 빅 데이터 산업. 빅데이터를 생산, 수집, 저장, 가공,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미국은 자국은 물론 우방국가의 기업들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 화웨이와 거래중단을 종용하고 있다. 명분은 중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중국은 화웨이 부품과 결합된 통신장비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다 빨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 인민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24시간 감시체제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너무 일찍 야망을 드러냈는가? 1997년 2월 덩샤오핑이 남긴 유언은 "앞으로 100년 동안 미국에 대들지 말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물론 100년이라는 기간은 진위를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이 지난해 9월 “우리는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비판한데서 중국 안에도 시기상조 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나무 뒤에 숨을 수 없는 코끼리다. 이제는 무릎을 꿇던지 정면돌파를 하든지 둘 중 하나다. 분명한 것은 정면돌파에 성공해도 중국이 꿈꾸는 중화(中華)의 세계화는 아직 아니다.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이 천자국의 상징인 솥(鼎)을 옮겨갈 뜻을 비쳤다. 이에 대부 왕손만이 "(천명은) 덕에 있는 것이지 솥에 있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패권은 군사력과 자본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기원전에 이미 확립된 중국의 정치철학이다.
중국은 아직 인권 등 인류의 보편가치가 '표준 미달'이다. 평등이 제일가치인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빈부격차가 자본주의 종주국 뺨치는 현실은 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홍콩이 중국에 반환 된지 10년, 2008년 북경올림픽 당시 홍콩시민의 절반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지금은 겨우 3%가 중국인이라고 밝힌다. 문명세계의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인이 그 나라 표준을 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긍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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