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홈플러스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준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의 자구책과 금감원 조사를 주시하며 추가 입장 발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메리츠금융지주)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낸 후 추가 입장 발표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리츠는 작년 5월 홈플러스에 62개 매장을 담보로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약 1조2000억원으로 금융회사 중 홈플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큰 것이다.

이에 메리츠는 담보 가치가 5조원 안팎에 달하는 만큼 남은 대출을 회수하는 데 무리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신평도 "여러 판례상 신탁재산은 수탁자가 소유하는 것으로 보아 회생계획이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메리츠의 최종적인 손실 우려는 적다고 분석했다.

메리츠는 이 같은 평가에 섣불리 나서기보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의 자구안을 기다리며 향후 대응에 나서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홈플러스 매장 처분은 2만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의 거취 불안과 협력업체·입점업체의 도미노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으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국회가 오는 18일 이번 사태 관련 현안 질의를 진행하고 금융당국 역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상황을 무시하고 담보권 실행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데도 메리츠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금융부채 2조원 중 상당 부분이 메리츠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인 6월 3일 전까지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메리츠가 대출 상환 유예, 금리 경감 등 조처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메리츠가 담보권 실행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이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협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