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명분으로 올랐던 은행권 대출금리가 해를 넘기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되돌려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실제 금리 인하 체감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4.76%다. 우리은행이 5.17%로 가장 높고 ▲신한은행 4.90% ▲NH농협은행 4.66% ▲하나은행 4.57% ▲KB국민은행 4.49% 순이다.

23일 서울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자료=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9월 5대 은행 평균 가계대출 금리인 3.99%보다 0.77%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3.50%에서 3.00%로 낮아졌는데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른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은행별 가계대출 금리 변동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3.66%에서 5.17%로 1.51%포인트나 올렸다. 이어 ▲신한은행 1.14%포인트(3.76%→4.90%) ▲하나은행 0.43%포인트(4.14%→4.57%) ▲KB국민은행 0.42%포인트(4.07%→4.49%) ▲NH농협은행 0.33%포인트(4.33%→4.66%) 순으로 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가산금리가 올랐기 됐기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채나 코픽스 같은 시장 조달금리에 은행이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다. 기준금리 등에 영향을 받는 다른 지표와 달리 은행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대출 기준금리 평균은 3.09%로 지난해 9월 3.26%보다 0.17%포인트 낮다. 하지만 평균 순가산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는 0.74%에서 1.67%로 대폭 오르며 기준금리 인하분을 압도했다.

특히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9월 평균 2.33% 수준이던 우대금리는 지난달 평균 1.51%로 쪼그라들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이 기간 2.61%에서 0.82%로 1.79%포인트나 줄였다. 이어 ▲신한은행 0.91%포인트(1.79%→0.88%) ▲하나은행 0.52%포인트(2.43%→1.91%) ▲KB국민은행 0.49%포인트(2.81%→2.32%) ▲NH농협은행 0.39%포인트(2.03%→1.64%) 줄였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명분으로 들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따라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가 바뀌면 새로운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부여 받기 때문에 가계대출 인하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새해가 돼서도 가계대출 금리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 우대금리 인상 조치를 했지만 오를 대로 오른 대출금리를 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1일 주담대 우대금리 최대 적용 폭을 기존 연 1.2%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넓혔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 비대면 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12일 비대면 주담대 주기형 상품 금리를 최대 0.6%포인트 내렸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5년주기·혼합형)는 연 3.86~5.62%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연 3.49~5.89% 대비 상단은 0.27%포인트 내려갔지만 하단은 0.37%포인트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가계대출 인하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중”이라면서 “갑자기 대출 수요가 늘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