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간다. 해당 법안 통과를 강조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과는 달리 대형마트 업계는 규제 완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업계에 따르면 휴일과 새벽 시간대 대형 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21 국회에서 법안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8월과 12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두 차례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두 차례 논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은 “대형마트 규제로 쿠팡만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쿠팡과 대기업간 경쟁보다 해당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죽는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번 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은 물 건너 갔지만 산업부는 22대 국회가 열리면 바로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와 부산과 대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등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규제 완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바로 효과가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완화는 환영하지만 새벽배송 부분에서는 인프라를 확보하고 배송 가능지역을 재조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4월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가 열리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평일로 전환되는 것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벽배송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부분이라 바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이마트를 제외한 다른 대형마트들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새벽배송 수요 높아.. 대형마트 3자 물류 활용 가능성도
유통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 완화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실제로 중소 도시 소비자들의 새벽배송 수요는 높다. 때문에 산업부는 다음 국회에서 이러한 국민들의 니즈를 외면하진 않고 해당 개정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중소 도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새벽배송에 대한 이용현황·이용의향’ 조사 결과 응답자 84%가 이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배송 주요 구매 품목으로는 대형마트 강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81.4%), 가공·냉장·냉동식품(75.4%)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SSG닷컴은 이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수요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100여곳 이마트 후방 공간에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지역 물류 거점도 확보한 상태다. 규제가 완화되면 SSG는 지역 곳곳의 마트를 거점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다르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새벽배송 인프라를 갖추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점이다. 롯데온은 지난 2022년 새벽배송을 시작한 지 2년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홈플러스는 새벽배송을 포기한 채 1시간 배송, 저녁 배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수년간 적자를 보며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배송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안착시킨 후 지난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대형마트들이 쿠팡처럼 수년간 적자를 감당하면서까지 새벽배송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3자 물류 활용 가능성도 언급된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풀필먼트센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물류센터는 필요하지 않지만, 정확한 시간에 배송을 완수하기 위해 충분한 배송 차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롯데 역시 3자 물류와 손잡고 새벽배송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콜드체인 물류기업 팀프레시는 새벽배송, 도착보장 배송서비스 등 양사의 라스트마일 서비스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기 위해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법이 개정되면 3자 물류 회사들과 대기업들간 협업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배송과 물류는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쿠팡과 경쟁해 얼마나 많은 니즈를 끌어올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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