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에 수익 방어까지 식품업계 어쩌나..풀무원 핫도그 가장 많이 줄여
소비자원, 슈링크 1년간 용량 줄인 9개사 37개 품목 발표
풀무원, 용량 감소폭(20%) 가장 커..바프, 용량 축소 품목(16종) 가장 많아
슈링크플레이션 업체들 "원재료값 상승에 부득이 용량 조절..정부 협조"
전문가 “정부, 거시적 관점에서 물가안정 근본적 대책 세워야”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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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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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정부가 식품 가격 인상 억제 압박과 동시에 꼼수 인상으로 불리는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용량을 줄이는) 규제에 본격 나서면서 식품업계 고민이 깊어진다. 고지없이 용량을 줄이는 식품업계 꼼수 인상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도 이에 그쳐서는 안되고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물가안정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슈링크플레이션 9개사 중 CJ제일제당과 동원에프앤비, 서울우유 등 대부분 업체는 용량 변경을 인정하고 “인건비와 원재료값 등 상승으로 부득이 중량을 조정했다”면서 “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3일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참가격)와 신고센터, 언론보도를 기준 최근 1년간 ‘용량 변동 상품 목록’에서 9개 제조사 37개 상품 가운데 용량 감소 폭이 가장 큰 상품은 풀무원 핫도그 4종(모짜렐라·탱글뽀득·체다모짜·올바른 핫도그)으로 나타났다. 4종 상품 모두 20% 용량을 줄였다. 변경 전 핫도그 5개(500g)에서 지난 3월 4개(400g)로 핫도그 1개가 사라진 셈이다.
반면 용량을 가장 적게 줄인 곳은 오비맥주다. 같은 달 카스 캔맥주 375ml 8개묶음이 5ml 축소돼 1.3% 줄었다.
또 용량 축소 상품이 가장 많은 브랜드는 지난 1월 용량을 바꾼 바프(HBAF)다.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상품의 용량이 7.5%~9.5% 감소했다. 다만 바프의 경우 허니버터아몬드 등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을 통해 고지했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도 용량 변경을 안내했다.
이외에도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와 숯불향 바베큐바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들기름김과 양반 참기름김 ▲해태제과의 고향만두 ▲몬덜리즈의 호울스 스틱 멘토립터스 등 7종 사탕 ▲연세유업의 연세대 전용목장우유(200ml·1000ml)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15매·20매) 등 상품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쪼그라들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일부 제조사의 경우 포장재·레시피 등이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슈링크플레이션을 부당 행위로 규정하고 향후 제품 포장지에 용량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공정위 고시(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에도 착수한다.
소비자원은 내년 가격전담조사팀을 신설해 모니터링 대상을 현행 128개 품목(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500여개 상품)으로 확대한다. 가격정보와 함께 중량변동 정보까지 상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연내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식품과 생필품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단위가격 표시의무 제도의 표시대상 품목을 현행 84개 품목에서 더 늘린다. 또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시행되는 단위가격 표기를 온라인까지 확대한다.
환경부와 식약처 역시 생활화학제품이나 식품 등의 용량이 변경돼 단위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포장지에 용량변경 사실을 표시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경제 전문가나 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솔루션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볼 수 없으며 정부가 식품 제조사에만 가격 통제를 지속할 경우 우리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식품 가격을 통제할 경우 기업의 저마진 수익성 저하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모티베이션이 점차 떨어지게 되면서 결국 한국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게 되고 이는 국내 일자리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조사도 고지 없이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은 개선해야 되겠지만 정부도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면 안되고 좀 더 거시적으로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선진국처럼 정부가 PB 규제를 줄이면서 식품 제조사가 내셔널 브랜드와 저가형 브랜드인 PB 브랜드를 양극화 시켜 수익성을 보존할 경우 소비자도 선택권이 다양해 질 수 있다”며 “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에 맞춰 다양한 옵션을 주면서 노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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