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신념을 중시하는 그린슈머(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유통업계도 이에 발맞춰 여러 친환경 전략들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쇼핑 이용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택배물량도 큰폭으로 커짐에 따라 버려지는 박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2일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택배 물량은 2000년대 초반 1억박스를 넘어서며 2012년 14억박스를 돌파했다. 매년 10% 증가세를 보여왔던 택배물량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2020년 33억7300만박스로 폭증하며 전년 대비 20% 껑충 뛰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서는 택배 포장재 등 폐지류 기타는 전년과 비교해 21.1% 늘었다.
이같이 포장재가 생활 폐기물의 40%를 차지하자 유통업계도 폐기물 줄이기에 발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택배 박스나 테이프 등 포장 부자재를 친환경 제품으로 사용하거나 과대포장 방지를 위해 합포장 혹은 박스 사이즈를 다양화하는 등 친환경 포장에 힘쓰고 있다.
■ 포장재 혁신한 쿠팡 패키징 팀..프레시백·싱귤레이션·박스 중량 감소
쿠팡은 제품 포장 프로세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패키징 팀’을 구성해 친환경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패키징 팀은 신선식품 배송에 사용되는 보냉팩인 쿠팡 프레시백을 개발하고 재사용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현재 쿠팡의 신선식품 10개 중 약 7개는 재사용이 가능한 프레시백으로 배송되고 있다.
또 박스 등 일회성 포장을 줄이기 위해 얇은 비닐팩으로 제품을 포장해 같은 지역에 배송되는 제품끼리 플라스틱 토트상자에 담아 배송하는 ‘싱귤레이션’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싱귤레이션 프로세스로 쿠팡의 전체 배송 중 일회성 박스 포장 비율은 2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비닐 포장재 두께도 10% 가까이 줄이고 박스도 최적의 강도와 제품의 온도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에 맞춰 중량을 12% 줄였다. 이를 통해 연간 669톤의 플라스틱과 1천533톤의 종이박스 사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컬리 퍼플 박스 도입..연 966만박스 절감
컬리는 지난 2021년 7월 재사용 보냉 포장재인 ‘컬리 퍼플 박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컬리 퍼플 박스의 서비스 도입 이후 1년간 재사용 포장재 사용으로 감소한 종이박스 사용량은 약 900만개다. 지난해에도 한 해 동안 종이박스 약 966만개를 절감했다. 컬리 퍼플 박스 시행으로 기존 종이박스에 사용되던 워터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 사용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워터 아이스팩과 드라이아이스 사용량은 전년 대비 각각 5%, 2.3% 줄었다.
컬리는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포장재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19년 모든 샛별배송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 소재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시작했으며, 2020년에는 컬리 퍼플박스, 2022년에는 재생수지 아이스팩을 개발하는 등 꾸준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비닐 완충포장재는 종이 완충 포장재로, 비닐 파우치와 지퍼백은 종이 파우치로, 박스 테이프는 종이 테이프로 바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비닐 사용을 최소화했다. 아이스팩도 파손 테스트를 거쳐 안정성을 높인 100% 워터팩으로 변경 도입했다.
컬리 관계자는 다른 상품에 비해 크기가 작아 과대포장 우려가 있는 화장품 포장에 대해선 “상품의 크기와 파손 취약도에 따라 사이즈에 맞는 박스에 포장하고 있다”면서 “여러 뷰티 상품을 주문했다면 하나의 포장으로 보내 드리고 아이섀도, 콤팩트 등 깨지기 쉬운 상품은 종이완충재를 이용해 보완하고 퍼프 캡, 유리 제품 등에만 에어캡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 합포장 최초 선뵌 G마켓..스마일배송으로 박스↓ 배송비↓
G마켓도 스마일배송 등을 통해 박스 폐기물을 줄여 나가고 있다. 스마일배송은 G마켓이 2014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익일 합포장 서비스다. 고객이 스마일배송 이용 시 하나의 박스에 2개 이상 상품을 담아 배송하는 합포율은 92%다. 하나의 박스에 여러개 상품을 받게되면 배송비는 물론 귀찮은 분리수거 횟수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에도 동참할 수 있다. 스마일배송은 동탄에 위치한 G마켓 동탄메가센터에서 발송된다. 또 AI 기술을 접목해 스마일배송 운영 효율도 고도화하고 있다. 주문 상품들의 형태(가로x세로x높이)와 중량을 고려해 최적의 패키징을 구성한다.
■ 롯데홈쇼핑, 업계 최초 친환경 분해 테이프 도입..GS샵 ‘원박스’·CJ온스타일 ‘종이 부자재’
GS샵은 기존 신발브랜드 박스를 다시 택배 박스에 포장하는 과대 포장 문제에 착안, 하나의 박스만 사용해도 되는 ‘원박스’를 자체 개발했다. 또 화장품과 같은 이미용 상품의 경우 과대포장이 되지 않도록 판매 전 포장 점검을 통해 과대 포장을 사전에 방지하고 과대포장이 우려되는 경우 협력사에 포장 점검을 제안하고 있다. 상품 파손을 방지하기 위한 충전재는 종이 소재를 사용하고, 테이핑 하지 않는 박스를 사용하거나 종이테이프를 활용하고 있다.
CJ온스타일도 협력사 30곳에 총 1억원 상당 종이 테이프 및 종이 워터팩을 지원했다. 분리수거가 까다로운 비닐 아이스팩과 달리 종이 워터팩은 내용물을 버리고 종이류로 배출하면 돼 고객 편의성도 높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롯데홈쇼핑 배송박스에 업계 최초로 친환경 분해 테이프를 전면 도입했다. 물로 분해가 가능한 해리성 접착제를 사용해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분해 테이프로 롯데홈쇼핑 배송 박스에 연간 1백만m 이상 사용될 예정이다. 또 의류 상품 배송시 상태를 보존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비닐 봉투를 2021년부터 친환경 폴리백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상품의 신선도와 형태를 유지하고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택배 박스 크기를 줄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파손 위험이 있는 상품은 충전재 등으로 인해 택배 포장 크기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냉동 식품도 상태 보존을 위한 드라이아이스 등 추가되는 자재 부피 때문에 포장이 일정 부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환경부, 내년 4월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
정부도 내년 4월 30일부터 일회용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시행한다. 본래 제품 수송을 위한 포장은 과대포장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제품포장 규칙이 개정되면서 택배포장도 규제 대생에 포함됐다. 과대포장 규제가 적용되는 품목은 가공식품과 음료, 주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품, 의류, 전자제품 등이다.
주요 규제 사항은 포장공간 비율이 50% 이하, 포장 횟수는 1차례 이내여야 한다. 즉 박스 여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제품 크기에 딱 맞는 박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박스 크기(가로·세로·높이 총합)가 30cm 이하인 경우는 과대포장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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