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시기 놓친 롯데칠성음료 발등 불..수익성 빨간 불
롯데칠성음료, 연내 소주값 인상안 검토 초읽기
제때 인상 못해 1~3분기 누적 영업익 10% 하락
정부, 내년 1월 기준판매비율 적용..주류값 인하 불가피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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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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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출고되는 소주 등 국산 주류에도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제때 가격을 올리지 못한 롯데칠성음료가 연말을 앞두고 소주값 인상 계획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과 새로 등 주류 가격 연내 인상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소주 주정의 가격을 포함해 원부자재 가격이 오른데다 내년부터는 주세에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돼 주류값이 인하될 가능성이 커 롯데칠성음료가 더이상 소주값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다른 주류 업체들은 이미 가격을 올린 상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 소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했고, 테라, 켈리 등 맥주 출고가도 평균 6.8% 올렸다. 오비맥주는 지난 10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하이트진로가 가격인상을 단행할 때만 해도 원자재 가격 부담은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가 받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검토 단계”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한 달 전과는 조금 다른 긴박한 분위기가 감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여러 인상요인으로 연내 소주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인상 시기나 폭 등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연말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일 국산 주류 과세 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세법 시행령’ 및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취지는 수입산 주류보다 주세 부담이 높은 국내 제조 주류의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 하에 국산 주류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면 내년 출고하는 주류값을 지금보다 더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정부의 이같은 가격 통제 압박을 이기지 못해 식품업계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분위기다.
오뚜기는 이달 초부터 분말 카레와 케첩 등 24종 편의점 판매가격을 인상하려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풀무원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요거트 제품 3종 가격을 올릴 계획을 거둬들였고, 롯데웰푸드도 햄 제품인 빅팜 편의점 가격을 10% 올리려고 했으나 철회했다. 이외에도 풀무원 생수, CJ제일제당 조미료·장류, 하이트진로 소주 등이 가격 인상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내년 새 주세법이 적용될 경우 롯데칠성음료 주요품목인 처음처럼과 새로 등 소주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내려가게 돼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대한주정판매협회가 올 초 소주 주정의 가격을 10% 가량 인상했는데 과거에는 메인 재료인 주정값이 오르면 소주 업계가 가격을 곧바로 인상해 왔다"며 "이번엔 총선이 내년 4월에 있다 보니 가격 인상을 자제하거나 인상 타이밍을 늦춰달라는 요청이 많아 올해 계획한 가격 인상을 아직 진행하지 못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 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이 워낙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확답은 못한다"면서도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다 보니 어떻게든 올해 안에는 가격 인상을 하려고 정부와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분기 연간 실적 가이던스에서 영업이익률을 7.7%로 낮추고 영업이익 증가율도 1~5%로 수정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 8.8%, 영업이익 증가율 18~23%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내 주류 총수요 부진 및 원가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소주와 맥주 등 주류 판매가격이 인상된다면 원가 부담을 덜게 돼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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