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약 50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키움증권이 다른 주요 증권사와 달리 종목 증거금률을 매우 낮게 설정했다가 시세조종에 대거 악용됐기 때문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속속 100%로 상향 설정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증거금률은 거래대금에 대한 보증금의 비율을 말한다.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증권사)는 종목별 재무현황, 가격변동성, 유동성, 신용거래융자 비중, 기타 시장정보 등 다양한 요건을 토대로 증거금률을 산정한다.
또 해당 모범규준을 근거로 시장상황에 따른 변동성, 거래소의 시장조치 등을 모니터링하며 신용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증권사가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미수거래 등을 제한하는 이유는 무리한 ‘빚투’로 인해 담보 부족 계좌들이 속출, 미수 채권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시세조종 행위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신용과 미수 등 증권사의 대출은 주가조작 세력의 자금줄로 악용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활용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 이후 증권사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이상 거래를 감지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왔다.
영풍제지 역시 뚜렷한 이유 없이 11개월간 주가가 12배 이상 올라 제지업체임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300배가 넘었다.
증권업계는 키움증권의 미수금 규모가 알려지자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 정도 되는 대형사가 왜 영풍제지 같은 종목의 미수거래를 막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내부 위험 통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풍제지 하한가로 발생한 미수금 4943억원은 키움증권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 4월 라덕연 사태 당시 증권가에선 키움증권의 미수채권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결과적으로 2분기 재무상태표에는 대손충당금 914억원만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키움증권이 이례적으로 미수금 발생 사실을 공시한 것도 액수가 커 중요 경영사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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