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이 가져온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위기

강한결 변호사(법무법인 더온)

강한결변호사 승인 2023.03.30 08:27 | 최종 수정 2023.04.12 08:12 의견 0
강한결 변호사

정부는 지난 23일 ‘2023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18.61% 낮아져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한다. 서울의 17.3%를 비롯해 세종시가 가장 큰 하락을 기록, 무려 30.68%가 떨어졌다고 한다.

정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해 과열됐던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감소 및 주택 취득자의 국민주택채권 매입액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 자평하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다양한 법령에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어 실제로도 주택을 소유하거나 소유하려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혜택으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환영의 목소리 못지않게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하여 근심이 깊어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바로 주택임대사업자들이다.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지자체에 등록을 마친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유형에 따라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의무등록기간 동안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임차인들이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지급한 임대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에는 건설임대주택에 한하여 적용되어 왔던 것이, 2020년 8월 18일 이후 등록분부터는 매입임대주택에도 의무화된 것이다(민간임대주택법 제49조). 보증 가입 시 보증보험 수수료의 75%는 임대사업자가, 25%는 임차인이 부담하여야 한다(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 제40조).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임대보증금의 10%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3천만원 한도로 부과받을 수 있다(민간임대주택법 제67조 제5항).

임대보증금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금액 이하이고 임차인이 동의한 경우 등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민간임대주택법 제49조 제7항), ‘빌라왕’과 ‘전세 사기’의 위험을 경계하여야 하는 임차인들이 법이 강제하여 임대인들의 대부분 부담으로 가입이 이루어지는 보증보험 가입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보증보험 가입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가입 시 적용되는 주택가격을 지난해까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150%까지 인정하였고 올해부터는 140%로 하향하였다. 5월부터는 가입 시 인정되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전세가율)이 기존 100%에서 90%로 낮아진다. 급증하는 보증보험 사고율을 떠올린다면 납득할 만한 조치다.

문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이 가져올 도미노 효과다. 공시가격 하락은 보증보험을 통해 보장되는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직결되므로 기존 임대차계약의 전세보증금이 낮아진 전세가율을 반영한 금액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갱신되는 계약의 경우에는 주택가격은 150%로 유지해주겠다고 하지만, 새로운 임차인과의 임대차라면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기존 공시가격 2억 원의 수도권 소재 빌라를 보유 중이었던 주택임대사업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3억800만원 이내로 책정된 전세계약을 맺었다면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으나, 올해 5월 이후부터는 2억4,192만원 이내여야 한다(수도권 빌라 공시가격 변동률 -6.0% 반영, 올해 공시가격 1억9,200만원 적용). 기존에 전세보증금 책정이 2억4,192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으로 이루어졌다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라면 그 차액만큼 기존 임차인에게 현금을 마련해 반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주택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으므로, 결국 반강제적인 전세가격의 하락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적들이 이어지자 정부는 ‘조정된 전세가격으로 가입하면 된다’, ‘보증부 월세 형식으로 임대차하면 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전세퇴거자금 대출에 DSR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임대 만기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주택임대사업자들의 경제적 압박을 해결해줄 수 있는 답변은 아니다.

서울 소재 소형주택 등록 주택임대사업자는 절반이 넘는다. 전세가격은 통상 주택의 이용가치로 여겨져 주택가격의 주요 지표로 자리한다. 등록 임대주택들의 급격한 전세가격 조정은 고스란히 주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가 자평한 대로 현실을 반영한 공시가격 인하로 인하여 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부담을 덜고 주택시장 안정화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시장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바라본 상태에서 끼워맞춘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은 이미 지난 정권에서 숱한 경험을 마쳤다. 복합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보다 섬세한 정부의 정책 타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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