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착실히 이행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와 고환율 여파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었다.

다만 향후 주주환원 예측 가시성을 놓고 증권가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경영실적을 발표하면서 52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1조76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밝혔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주주환원을 연계하는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CET1 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올해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올해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CET1 비율 13.51%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 약 1조7600억원을 올해 연간 현금배당 총액과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사회는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감안해 총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2024년 결산 배당금으로 주당 804원으로 정했다. 연간 총 주당 배당금은 3174원이다. KB금융은 올해 총 현금배당 금액을 전년 대비 약 400억원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경영실적 발표에서 “2025년 총 현금배당 금액을 전년 대비 400억원 수준 소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확정된 바는 없고 향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되는 경우 공시를 통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지난 4일 실적발표에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을 발표했다. 이는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이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2024년 기말 현금배당을 주당 1800원으로 결의했다. 2024년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은 지난해 지급된 분기배당 1800원을 포함해 총 3600원으로, 전년 대비 주당 200원(5.9%) 증가했다.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37.8%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계획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가치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도 일부 손봤다.

올해부터 분기별 균등 배당 정책을 도입하고 기존 현금배당 중심의 배당 정책을 자사주 매입 소각 중심으로 전환한다. 연간 현금배당 총액은 일정 규모로 고정해 이를 4등분한 금액을 매분기 현금배당 재원으로 사용하고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담아 지난해 연간 규모 전체에 해당하는 40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을 연초에 발표하게 됐다”며 “주당 배당금을 전년대비 확대하고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는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밸류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그룹 경영진과 이사회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두 금융그룹의 역대급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렸다. 주주환원 기준이 되는 CET1 비율이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쳤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지난해 말 CET1이 전분기 말 대비 34bp, 하나금융은 4bp 하락했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CET1 비율을 기준으로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 금액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낮아진 CET1은 향후 주주환원 예측 가시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에 대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환경이 비우호적이긴 했지만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노력은 경쟁사보다 미흡했다”며 “CET1 비율이 5bp만 움직여도 자사주 매입 규모는 1500억~2000억원 변동되는데 장래 비율을 소수점 두자리까지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규모 추정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하나금융에 대해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연말 급격한 원화 약세에도 불구, 13%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방어하는데 성공했다”며 “이는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 환율 변동에서도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를 의식한 듯 KB금융은 전날 실적발표에서 CET1 비율 하락 요인을 상세히 설명했다. 4분기 순이익 규모 감소와 분기 중 환율 급등에 따른 신용리스크 증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등이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여러 가지 하락 요인에도 불구하고 그룹은 미사용 한도 축소 등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노력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차별화된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룹의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흔들림 없이 이행하기 위해서 자산부채관리(ALM)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자산 성장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한편 수익 창출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를 고려한 자산 리밸런싱을 추진,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