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물가 상승, 정국불안, 대출규제로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권의 건설업종 대출 문턱 상향까지 겹치면서 ‘4월 위기설’이 다시 부상하자 건설업계에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신고를 낸 종합건설사는 58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기준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21년 20곳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 시 4년 동안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신규 등록 업체의 감소 현상도 뚜렷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등록한 주택건설업체 수는 421곳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이후 최저치이며 부동산 호황기던 2021년 대비 25% 수준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최악의 1월을 보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 초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지난달 17일에는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부산 7위 신태양건설도 법정관리에 나섰으며 전북 4위 제일건설은 12월 최종 부도처리됐다. 지방 건설사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분양 물량도 다시 증가했다. 작년 6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6만대를 유지해 온 전국 미분양 물량은 12월 7만173가구를 기록하면서 상승한 것이다. 올해 청약에 나선 지방 11개 단지 중에선 6곳이 1순위 경쟁률 1대 1을 넘지 못했다.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미분양 물량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신규 수주 활동은 서울에서도 위축됐다. 현재 장위8·9구역과 연희2구역이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공사비만 1조원 넘는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 역시 삼성물산만 단독 응찰해 결국 유찰됐다. 건설사들이 시장 불황에 서울에서마저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자 금융권은 부실 위험을 우려하면서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 기준 강화했다.
먼저 우리은행은 지난달 31일 건설업체의 10억원 초과 신규 대출 허용을 신용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취약한 건설사에 대해선 대출의 80% 이상 보증을 조건으로 한 담보대출만 허용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건설업을 각각 위험업종과 중점 관리 업종으로 선정해 관리 중이다. 대출한도 역시 보수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건설업의 연간 순증 대출 한도를 12조5000억원으로 제한한 바 있으며 신한은행도 건설업종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심사 기준을 유지 중이다.
금융권이 건설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자 일각에선 건설업 ‘4월 위기설’이 다시금 부상했다.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유동성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나머지 대규모 연쇄 부도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미분양 물량에 대한 대책을 촉구 중이다. 자금 흐름을 막는 가장 큰 요소인 미분양 미수금이 해소되기 시작한다면 금융권의 대출 기준 강화에도 유동성 관리에 활로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역시 미분양 문제가 건설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는데 동감하며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일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한시적으로 완화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올해부턴 1주택자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나 인구감소지역의 주택 구입 시 양도세와 종부세 산정에서 세제를 지원하는 ‘1인 1주택 특례’도 시행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부양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DSR 적용의 한시적 완화 같은 방법으론 한계가 있다”며 “미분양 주택에 대한 직접적인 세제 혜택이나 추가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