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노리는 친정권 관료 출신 인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조직의 명운과 CEO로서의 명예회복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손 회장도 자진사퇴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시각도 있다.
1959년생인 손 회장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이후 4년간 손 회장은 우리금융 재출범과 완전민영화, 종합금융그룹 기반 마련에 애썼다. 그 성과로 지주사 출범 이후 매분기 최대 실적 기록 경신을 이어오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체제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지주체제 이전 은행에서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만 아니었다면 손 회장을 중심으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는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다.
■ 공적자금 수혈 23년 만에 ‘완전민영화’ 달성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9.33%의 매각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2000년부터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정부의 경영 관리를 받아온 지 23년 만에 달성한 완전민영화다.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는 손 회장이 공이 크다. 손 회장은 2019년 1월 지주 체제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의 초대 회장에 오른 뒤 그룹 최대 숙원인 완전민영화를 이끌었다.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인수하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늘리며 그룹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렸다.
우리금융의 장기적 성장 기반이 마련되고 책임경영이 자리잡으면서 완전민영화도 힘을 받았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공적자금 회수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완전민영화에 가속도가 붙었고 지난해 12월 6대 과점주주 체제로 새출발하기에 이른다.
■ 완전민영화 원년..‘원팀’ 체제 구축
손 회장은 올해 완전민영화의 원년을 맞아 무엇보다 지배구조 강화에 힘썼다. 2월 자회사 사장단 인사와 지주 조직개편에서 ‘원팀’ 체제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우선 차기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당시 부행장을 앉혔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글로벌전략부장,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역임한 전략가로 손 회장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해왔다. 지주 출범 이후에는 전략부문 부사장으로 옮겨 손 회장과 가까이서 손발을 맞췄다.
올해 지주 내 사장직제가 도입된 것도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수석부사장보다는 한 단계 높은 직급에 해당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에서 도입한 부회장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다.
이는 행장과의 서열 체계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통상 지주 부회장직은 은행장보다 서열이 높은 반면 사장은 은행장과 대등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이해된다.
신임 사장에는 이 행장과 차기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박화재 집행부행장과 전상욱 집행부행장보를 앉혔다. 각각 지주의 사업지원총괄과 미래성장총괄의 임무가 부여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작년 말 완전민영화라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만큼 신임 은행장과 더욱 강력한 원팀 시너지 창출은 물론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며 “그룹의 활력을 제고하고 변화와 혁신도 강력히 이끌어 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 포트폴리오 확충 노력..수익창출력 ‘업그레이드’
손 회장이 구축한 안정적인 지배구조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주사 출범 이후 매분기 최대 실적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우리금융은 올해도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기준 2조661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이미 지난해 연간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사상 첫 '3조 클럽' 입성이 유력하다.
우리금융의 올해 호실적은 향상된 이익창출력과 안정적 리스크관리 역량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순영업수익은 3분기 누적 7조26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성장과 적극적인 조달 비용 관리를 바탕으로 개선세를 이어나갔고 비이자이익은 신탁, 리스관련 수수료 등의 호조로 수수료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추진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로 수익기반이 다변화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지주사 전환 이후 완전민영화라는 성과와 함께 포트폴리오 확충 노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이익창출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 완성 포부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6대 경영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초혁신 추진’을 제시했다. 자회사들의 기존 플랫폼 서비스는 과감히 혁신하되 그룹 차원에서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대에 걸친 고객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 일환으로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에서 지난 8월말 디지털 유니버셜뱅크 구축을 지원하는 규제 혁신안을 내놓은 직후 ‘유니버셜뱅크추진협의회’를 꾸렸다. 올해 초 디지털전문가로 영입된 옥일진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의장으로 지주·은행·카드 등 그룹사 디지털 부사장 등이 참석하는 협의체다.
그룹 통합 플랫폼 사업 추진에 따른 이슈 및 중점 추진사항 관련 의사결정을 빠르게 수행하기 위해 꾸려졌다. 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는 모바일 뱅킹앱인 ‘우리원(WON)뱅킹’에 그룹 계열사들의 주요 금융 비즈니스를 연계하는 ‘유니버셜뱅킹’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손 회장은 내년까지 그룹 플랫폼 통합 월간활성사용자(MAU) 1500만명 달성을 천명한 상태다. 우리원뱅킹의 MAU는 지난 10월말 기준 719만명으로 작년 말 대비 155만명이 증가했다. 우리카드의 ‘우리원(WON)카드’ MAU도 331만명으로 같은 기간 73만명 늘었다.
옥일진 CDO는 “지난 11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디지털 리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그룹의 전체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며 “디지털전담 임원이자 유니버셜뱅킹추진협의회의 의장으로서 그룹 통합 플랫폼 사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종합금융그룹 미완성 아쉬워..‘관치금융’ 벽 넘어야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라인업이 미완성인 상태다. 아직 보험·증권 계열사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최종승인을 받으면서 M&A를 위한 실탄은 마련했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했다.
손 회장이 그간 여러차례 보험·증권 M&A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종합금융그룹 완성이 늦어지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옛 ABL글로벌 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 우리금융캐피탈(옛 아주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옛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종합금융그룹 재건에 열의를 보였다.
이달 9일 진행된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워크숍에서도 손 회장은 증권·보험 포트폴리오 확대 등 획기적인 미래성장을 준비하자고 임직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손 회장이 향후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손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내년 관치금융의 벽을 넘어 연임에 성공해야 한다.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연임에 도전할 명분은 얻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손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차기 회장 인사권을 쥐고 있는 우리금융 이사회는 내년 1월까지 손 회장 연임에 대한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완전민영화된 우리금융그룹에 더 이상 관치금융의 망령을 씌우지 말라”며 “법치와 시장자유주의에 역행하는 모피아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경력 및 약력
1987년 한일은행 입행
2003년 우리은행 전략기획팀장
2006년 LA지점장
2010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담당 상무
2012년 12월 우리은행 관악동작영업본부 본부장
2014년 3월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2015년 12월 글로벌그룹장 부행장
2017년 2월 글로벌부문 부문장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
2018년 1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
2020년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 경영비전
오늘의 혁신으로 내일의 가치를 만드는 금융그룹
■ 한줄 어록
“창발적 혁신으로 ‘디지털이 강한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도약’의 꿈을 이루자”
-2022년 1월 우리금융 창립기념식에서 올해를 완전민영화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올바른 결정은 반대되는 의견의 충돌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견 일치가 아닌 불일치다.”
-2020년 10월 디지털혁신 오피니언 조직 ‘레드팀’을 출범시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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