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예·적금 특별판매상품(특판)이 출시 족족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 예·적금 특별판매상품(특판)이 출시 족족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은행 특판은 고객 유치를 위한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았지만 고금리 시대를 맞아 고객에게 금리 인상의 혜택을 되돌려 주려는 은행의 인식 변화가 감지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지난 11일 내놓은 ‘코드K 정기예금’ 특판이 10분 만에 완판됐다. 100일 동안 연 최고 3%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시작 10분 만에 판매한도 1000억원이 모두 소진된 것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달 ‘코드K 자유적금’ 연 5%(3년) 금리 적용 이벤트를 두 차례 진행해 완판된 바 있다. 1차 이벤트 이틀 만에 10만좌를 달성하고 17일에 앵콜 이벤트를 실시해 10일만에 10만좌를 추가로 완판시켰다.
특판은 다른 상품보다 이자를 높게 책정하는 대신 계좌수나 총 상품 한도를 제한해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번 특판 ‘오픈런’은 인터넷은행 만의 일이 아니다.
신한은행이 이달 1일 창업 4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도 각각 출시 5일, 10만에 완판됐다.
출시 5일만에 1조원 한도가 소진된 신한S드림 정기예금은 누구나 최고 연 3.2% 금리를 받을 수 있는 1년제 정기예금이다.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은 주 단위로 납입하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매주 납입 여부에 따라 최고 연 4.0% 금리가 적용된다. 10만좌 한도로 출시됐는데 지난 주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앞서 지난달 22일 출시된 우리은행의 ‘2022년 우리 특판 정기예금’도 2조원 한도가 6일만에 모두 소진됐다. 우리은행은 예금 한도를 1조2000억원 더 늘렸지만 이마저도 4일 완판됐다.
최근 은행권 특판이 완판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1차적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가상자산 등으로 빠져나갔던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저금리시대 위험자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더 이상 수익창출을 기대하기 어렵자 안전자산인 은행의 예·적금으로 다시 몰린 것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5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696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9조8000억원(0.8%) 늘었다. 상승분 중 정기 예·적금이 21조원, 요구불예금이 7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머니마켓펀드(MMF)는 8조1000억원 줄었다. 위험자산에서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자금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은행권 특판이 예전보다 상품 구조가 단순해지고 우대금리 혜택의 문턱이 낮아진 것도 조기완판의 비결로 꼽힌다.
우리은행의 우리 특판 정기예금과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 신한은행의 40주년 기념 특판 예적금 모두 별다른 조건 없이 최대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과거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을 진행하면서 카드발급이나 주택청약상품 등을 끼워 팔던 행태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대 시중은행의 끼워 팔기 조건이 붙은 특판 상품 가입자 중 최고 우대금리를 받은 소비자는 13.3%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금감원은 은행권 고금리 특판상품 가입을 주의하라는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사실상 은행권 특판이 고객 유치를 위한 미끼상품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자체가 올랐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복잡한 우대조건 설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당분간 고객분들에게 금리 인상의 혜택을 돌려주려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