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장기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 여파로 수익 창출 어려움이 지속된 결과다. 하지만 1분기 성적표를 받은 후 달라진 분위기가 관측됐다. 고비용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준공되면서 주택사업의 회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정경신문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기지개를 켤 준비 중인 건설업계의 주택사업 현황과 수주 격전지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1분기 영업이익 급감 성적표를 받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도시정비사업에선 ‘래미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광폭적인 수주행보를 펼치고 있다.

한남 4구역 수주전 후 조 단위 사업장을 잇따라 확보한 결과 수주목표 조기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올해 ‘10조 클럽’ 달성까지 거든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 본사 전경 (자료=삼성물산)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1~4월 도시정비사업 수주고는 5조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주실적인 3조6398억원을 37.96% 초과한 것이다.

연도별 실적과 비교해 봐도 올해 성과는 이례적이다. 지난 2020년 정비사업으로 복귀했음에도 연간 수주 실적은 ▲2020년 1조487억원 ▲2021년 9117억원 ▲2022년 1조8686억원 ▲2023년 2조961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는 4개월만에 목표를 초과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1월 전년도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수주목표 5조원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총공사비 2708억원 규모의 광진구 광나루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최종 선정되면서 목표치를 넘겼다.

조기달성은 서울 대형 사업장 위주로 펼친 적극적인 수주활동 결과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1조5695억원 규모의 한남4구역에서 마수걸이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현대건설과의 경쟁에서 승리 후 확보한 성과이다.

한남4구역에 이어서는 ▲대림가락 재건축 4544억원 ▲방화6구역 재건축 2416억원 ▲한양3차 재건축 2595억원을 확보했다. 3월과 4월에는 각각 1조310억원 신반포4차 재건축과 1조1945억원 장위8구역 재개발사업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래미안’의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R114의 ‘2024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래미안’은 14.6%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정비조합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 형성엔 브랜드가 한몫하는데 ‘래미안’은 여러 지역에서 대장 역할을 해 선호가 높다”며 “조합원들도 삼성물산이 참여한다고 하면 걱정 없이 반기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래미안에 대한 주민과 수요자의 선호가 워낙 높아 삼성물산이 입찰에 나서면 초대형 사업지가 아닌 이상 대형 건설사도 경쟁을 주저한다”고 평가했다.

사업 관련 신뢰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정비사업 착공 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한 적 없어서다.

주거 플랫폼 ‘홈닉’을 통해선 브랜드 경쟁력과 입주 편의성을 강화했다. ‘홈닉’은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용 세대는 현재 6만가구를 돌파했다.

이 서비스는 그동안 래미안 신축 단지를 위주로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타 브랜드 단지인 ‘평택석정공원 화성파크드림’, ‘두산 위브· 두산위브더제니스’, ‘문래 힐스테이트’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 중이다. 한남4구역 수주전을 비롯한 입찰 활동에선 서비스 도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래미안 인지도와 경쟁력에 힘입어 올해 정비사업 수주 ‘10조 클럽’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입찰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압구정2구역 재건축의 총공사비가2조4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강변 1조 규모 사업장들도 하반기 입찰을 준비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연간 목표를 조기 달성했지만 우량 사업지에서 계속 수주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라며 “압구정2구역뿐만 아니라 개포우성7차, 여의도 대교 아파트 등 강남권 단지를 위주로 검토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