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복지] 해결되지 않은 ‘복지깔때기화’..현장 종사자 기본권에 귀 기울여야

강헌주 기자 승인 2022.04.28 15:52 의견 9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로고 [자료=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김원일 조직행정부장] 복지 깔때기화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이야기다. 그만큼 복지전달체계의 문제성이 지속되며 강화되었고 해당 소속의 종사자들은 그만큼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 상황임을 입증한다.

복지 깔때기화란 무엇일까요? 2013년 보건복지부 복지전달체계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17개 부처 170개 복지사업의 핵심적 복지전달체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의 복지깔때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복지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복지깔때기화란 여러 부처의 다양한 복지사업이 지자체로 쏠려 처리되는 업무의 집중현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지난 2013년과 비교해서 현재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해소되었을까?

당시 보건복지부는 2014년 4월부터 시범사업(거점형 등)을 시작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복지깔때기 해소 및 원스톱 (One-Stop) 통합서비스 구현 등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면서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구축을 통한 체감도 높은 복지구현’을 목표로 전달체계개편을 추진했다.

2016년 보건복지부 읍면동 복지허브화 우수운영 사례집에 따르면 이를 위해 2014~2016년간 복지공무원을 5792명을 확충했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읍면동 복지허브화 추진 현황 및 과제에 따르면 동년 8월 기준 맞춤형 복지팀은 583개 읍면동에 설치됐다. 이는 기본형 463개, 권역형의 중심 읍면동 120개로 구성되었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조직이 구성되었으면 깔때기화가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규 배치된 복지담당 공무원과 민간 지원 인력 규모의 적절성을 살펴보면 복지담당공무원 충원의 적절성은 부족하다는 의견(47.5%)이 적절하다(22.6%)보다 많았고 민간지원 인력충원의 적절성도 부족하다는 의견(47.8%)이 적절하다는 의견(15.7%)보다 많았다.

당시 현장에서는 그 당시 인력지원이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전달체계로 가는 것은 드물었다. 이미 기존 복지사업부서 등에도 인력부족이 만성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전달체계 인력으로 투입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주민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읍면동 복지허브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선도지역의 고무된 성과(전국 평균대비 사각지대 발굴 4.8배, 찾아가는 상담 5.3배 증가 등)를 보고 전국적으로 복지허브화가 확산되었다.

다만 여기서 이런 긍정적인 행정변화의 모습은 기존의 복지영역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그동안 관심 받지 못했던 다른 사각지대가 발굴되면서 나타난 모습이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 즉 인력채용 및 맞춤형복지로의 전달체계 개편은 복지깔때기화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었지만 결국엔 ‘체감도 높은 복지구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인력과 업무의 배분이 일치되지 못했던 셈이다.

깔때기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소득재산정보의 조회를 들 수 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결국 한정된 사회복지재정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한 도구로써 복지행정 신청 대상자에 대한 소득재산을 조사해 그 자격요건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시스템의 소득재산 조회권한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에게 주어져 있는데 이를 복지부 외 부처에서 복지사업을 만들어서 사회보장위원회를 거쳐 복지사업으로 만들면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한 소득조회를 거치게 한 뒤 이를 시행하는 흐름이 행정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니 모든 부처에서 ‘복지’라는 단어가 붙고 ‘효율성’을 목표의 하나로 넣어서 위원회를 거쳐 시스템을 통해서 소득조회를 거치니 벌써 지자체 시군구의 조사담당자인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가 깔때기로 증가한다. 마치 원청이 하청에게 처리하기 곤란한 임무를 주면서도 최대한의 목표 달성을 뽑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이렇게 소득조회를 통한 ‘자격요건’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다루는 복지공무원이 처리하다보니 최근 LH 등에서는 임대주택의 탈락에 대해서 자신들에게 문의하지 말고 복지담당자에게 연락하라는 답변까지 하는 등 이른바 기업의 CS(Customer Satisfaction)의 민원 기능까지 담당하게 하려는 흐름까지 확인된다.

‘복지’, ‘저소득’이 붙어서 재난부서에서 해야 할 재난 물품을 복지담당자가 나눠주어야 하고 방역물품도 줘야하며 심지어 법률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코로나 생활지원비 같은 것도 보건영역이 힘들다 하니 복지담당공무원에게 업무가 배정된다. 코로나 시대에 보건소는 수십 통의 전화조차 되지 않으니 민원인들은 방역과 보건 관련 불만을 복지담당공무원에게 연락해 쏟아내기도 한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거울뉴런세포가 있어 남과 비교하며 평등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이것은 본능이자 기본권으로 연결된다. 그 누구도 업무의 추가에 따른 인력지원이나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복지행정의 깔때기화 논란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은 그 해묵은 시간 동안 해당 영역의 종사자들이 기본권의 훼손을 견디어 왔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 CS기능까지 담당하게 하고 규정에도 없는 걸 다른 행정영역이 바쁘고 힘들다고 이미 지속된 깔때기화를 넘어 오히려 고통의 강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기본권의 보장과 향상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더욱 파괴되고 퇴보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의 지속은 복지행정영역을 파괴해 결국 국민들이 받는 복지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 그 누가 해묵은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기본권이 훼손되고 고통 받는 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2013년에 그렇게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 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 사회복지 공무원이 4명이나 유명(幽明)을 달리하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사회복지공무원에게 법률적 근거도 없이 부여할 수 없다. 인력지원은 하지 않은 채 추가 업무만을 강요할 수 없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상대한다고 해서 당연히 민원을 잘 견디고 싫은 소리를 들으며 폭행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사회복지공무원과 사회복지종사자의 기본권에 귀를 기울여주고 보장해주는 진실한 노력이 뒤따라야한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사회복지분야 좋은 일자리 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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