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자료=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친동생들에게 부모의 장례식 방명록 명단 일부를 공개하지 않았다가 벌어진 소송에서 패소했다. 정 부회장과 두 동생들은 모친이 남긴 유산을 놓고 수년간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정 부회장의 동생 2명이 정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방명록 인도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장례식 관습과 예절, 방명록 등의 성격 및 중요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명록은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열람·등사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며 “이를 보관하는 자는 망인의 다른 자녀들이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할 관습상, 조리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정 부회장의 모친 조모씨와 부친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2020년 11월 사망했다. 정 부회장의 두 동생들은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정 부회장에게 장례식 방명록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정 부회장은 방명록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동생들의 조문객 명단 일부만 건넸다.

이에 동생들은 2020년 12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방명록 사본을 요청했지만 재차 거절됐고 그해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 부회장 측은 “방명록에 명단은 단순한 정보에 불과한 것으로 원·피고의 공유물로 볼 수 없다”며 “문상객은 자신이 의도한 특정 상주에게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그에게 수집·이용을 허락한다는 의도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므로 공개 요청은 개인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방명록은 망인의 자녀들이 모두 열람·등사 가능해야 하며 방명록을 열람한다고 해도 문상객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 부회장과 두 동생은 모친의 상속재산을 놓고도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가 남긴 상속재산 10억원 중 법에서 보장한 자기 몫을 돌려달라며 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