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코로나 포비아] 무급휴직·명퇴 등 구조조정 칼바람 또 부나..긴장 ‘고조’

박수진 기자 승인 2020.08.18 15:55 의견 0
지난 6월 24일 서비스연맹 홈플러스 민주노조연대 조합이 대전시 서구 둔산동 홈플러스 대전둔산점 앞에서 ‘홈플러스 밀실매각 MBK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코로나19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통업계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대형마트 및 백화점 등의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정리’는 물론, 무급휴직·명예퇴직·임금반납 등이 실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반기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점포정리 및 구조조정 규모 역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 매출 크게 줄었던 1분기 상황 재현 ‘우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46명 증가한 1만5761명이다. 신규 확진자 246명 중 지역 235명, 해외유입이 11명이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돌파하자 지난 16일 서울·경기 지역에 한해 2주간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을 2단계로 격상했다. 그러면서 ‘모임과 회식을 취소하고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유통업계다. 현재 롯데리아, 스타벅스, 호텔 등은 감염자가 잇달아 속출하면서 방역을 위해 점포 문을 닫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방역을 실시한다고 해도 확진자 방문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해당 지점 영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동안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기업들도 속속 재택근무에 다시 돌입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CJ ENM 오쇼핑부문은 생방송을 진행할 필수 인원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두 곳 모두 재택근무 해제 일자를 정하지 않은 ‘무기한 재택’이다. 앞서 SK텔레콤과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는 지난 16일 가장 먼저 재택근무 재전환을 결정하며 신호탄을 쏜 바 있다.

소비심리 위축, 하반기 실적 악화 예상..구조조정 규모 확대 가능성도

유통업계는 이 같은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매출이 크게 줄었던 1분기 상황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백화점 3사는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0∼20% 줄어들자 줄줄이 오프라인 매장 매각을 예고했다. 

우선 롯데쇼핑은 지난 2월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5년 이내 오프라인 점포 700여개 중 200여개에 대한 대규모 폐점 계획’을 밝혔다. 이 중 백화점 5곳, 할인점 16곳, 슈퍼 75곳 등 목표치의 60%에 달하는 121개 매장을 연내 폐점할 계획이다.

홈플러스와 이마트도 단계적 매장 축소에 들어갔다. 최근 홈플러스는 안산점과 대전 탄방점 매각을 확정했다. 대구점과 대전 둔산점 등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구조조정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지난해 이마트 점포 13개를 매각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2017년 오픈한 헬스앤뷰티 스토어 ‘부츠’를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말에는 만물 잡화점 ‘삐에로쑈핑’ 사업도 접었다. 지난 3월에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쇼앤텔’도 철수시켰다.

직원들의 무급 휴직 및 명예퇴직·임금반납 등도 실시됐다. 롯데마트 일부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20~30일씩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무급 휴직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마트가 무급휴직을 도입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부문장 이상 임원의 3개월 급여 20%씩을 반납하기로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임금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도 무급휴직과 고용유지지원금을 적용 받는 유급휴직을 병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호텔업계에는 명예퇴직 찬바람마저 불었다. 상당수 호텔에서 무급휴직 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유급휴직을 진행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6월 명예퇴직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도를 개선해 최근 내부 공지로 올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임원들이 임금의 10~15%를 반납하고 전직원 근무 체계를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로 바꾸기로 했다. 주4일제 전환에 따라 임금도 일부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측은 “오는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임금 반납 등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문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무급휴직·명예퇴직 등으로 이어지는 유통업계 구조조정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소비심리가 이번 재확산으로 더 위축된다면 기업 측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다시 무급휴직, 구조조정 등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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