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급까지 나가라고?’‥SK건설, 직무전환-희망퇴직 논란

송현섭 기자 승인 2018.07.10 11:41 의견 4

[한국정경신문=송현섭 기자] SK건설이 최근 수주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리급까지 희망퇴직을 진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1분기 2조2000억원대 수주잔고를 올리며 경영수지가 개선되고 있으나 하위직급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이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며 “업무 저성과자에 대한 개별면담을 실시하고 직무를 전환하는 통상적인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SK건설의 최근 수주실적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구조조정이나 무리해서 감원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건설 자체만 놓고 보면 현재 수주실적이 많기 때문에 감원할 이유는 없다”며 “혹시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상 진행되는 측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반적으로 올해 해외 플랜트시장 매출이 조금씩 빠지면서 도로나 교량을 비롯한 인프라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SK건설이 지난해에도 감원을 실시했는데 플랜트 관련 특정부서에서 직무를 전환하려는 것이 이유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건설은 개발형 민간협력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에 SOC(사회간접자본) 개발사업을 먼저 제안하는 식의 비즈니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SK건설 관계자 역시 “과거 호주 맥쿼리가 국내에서 각종 개발사업을 정부에 제안하고 진행하던 방식으로 보면 된다”며 “사업제안이 발주자에게 수용되면 EPC(설계·조달·시공)방식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10년, 20년 운영까지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향후 해외사업 전망이 악화돼도 SK건설이 최근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하위직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이유는 불명확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SK건설은 지난해 22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16년 1943억원보다 16% 증가했고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 여파가 컸던 2015년 109억원에 비해 2년간 급성장을 거듭했다.

반면 SK건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는 정규직 임직원수가 2014년말 4852명에서 2017년 4164명으로 3년간 14% 가량 줄었다.

플랜트 부문의 감원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2014년 3126명에서 작년 2539명으로 19%나 급감해 SK건설이 내세우는 플랜트 전문 국적 건설사로서 위상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시장의 큰 흐름이 변화해 유휴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직무를 전환하는 방식은 피할 수 없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SK그룹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공헌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SK건설이 앞장서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장 무리해서 과장·대리급까지 퇴출시킨다면 향후 미래성장의 기반인 인적 자원을 잃게 된다”며 “추후 시장상황이 뒤바뀌어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더라도 고용이 불안한 회사로 낙인찍히면 그런 인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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