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미래] 감기처럼 퍼진 인간의 정신질환..소설 '화성의 타임슬립'

이성주 기자 승인 2018.06.07 16:2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과도한 업무 강도와 경쟁, 물가의 상승과 경제적 어려움 등이 인간을 외롭고 지친 삶으로 내모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 환자는 64만여 명에 이른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과학과 산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만 간다.

화성에 정착한 사람들을 그린 소설 ‘화성의 타임슬립’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을 담는다.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 밝지 않다. 오히려 정신질환을 당연하게 여기고 식사를 하듯 약을 먹는다. 

소설 ‘화성의 타임슬립’이 그리는 미래 세상 속 지구는 위기를 맞는다. 인구 증가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사람이 살기 힘든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화성은 살기 위한 탈출구이자 지구의 식민지다.

화성의 삶은 그리 윤택하지 않다. 화성은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사람들은 척박하고 삭막한 생활을 한다. 인공지능이 학교 선생님이 된 세상. 하지만 현란한 과학 기술이 시선을 빼앗기보다 사람들의 아픔이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화성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이 정신병을 앓는다는 점이다. 정신병을 앓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정신분열과 자폐 등의 증상은 감기처럼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으로 자리한다. 

작품은 1960대 작가 필립 K.딕이 상상으로 그려낸 20세기 미래다. 하지만 이 세상은 21세기 오늘에도 충분히 마주할 수 있는 미래로 다가온다. 과학 기술에 대한 방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현대 사회. 과학 발전의 성과가 하루가 멀다하고 놀라움을 주는 오늘을 다시 보게 한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18세와 64세 사이 성인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6.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4명 중 1명은 인생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우울증은 이제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됐다. 누구나 쉽게 언제든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에 불안 증세와 강박증, 공허함이나 절망감까지. 각박한 사회와 바쁜 일상, 스트레스의 증가는 사람들의 정신 질환을 당연한 일상으로 만들었다. 공황장애 또한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글은 사회의 발전과 거대 권력의 부나 행복을 뒤로하고 개인의 행복에 물음표를 던진다. 계속해서 사회 문화를 뒤집는 산업 혁명 속에서 인간의 행복은 어떤 가치 평가를 받고 있을까 생각해볼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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