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통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인공지능이라는 기술과 프로세스, 문화를 전 사업에 접목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이미 풀악셀이다. 비지니스 전략 과제인 ‘혁신’ 수행을 위해 AI트랜스포메이션이 필수 지향점인 탓이다. 생성형 AI가 각 분야에 세분화 되어 적용되기 시작한 올해 기업의 AI트랜스포메이션 성적표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AI 기술이 유통 등 전통 산업에까지 접목되고 있어 향후 삶의 질과 변화와 직결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 산업, 통신, 전자 등 산업계 전반에서 핵심 가치로 꼽고 있는 AI트랜스포메이션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할 지 창간 14주년을 맞은 한국정경신문이 들춰봤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탄소배출 투톱’과 ‘중대재해 온상’ 꼬리표를 떼기 위해 AI 카드를 집어들었다.
현장에 로봇을 둬 위험을 예방하거나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공정 체제를 구축해 온실가스 배출 축소에 나서는 등 AI트랜스포메이션을 앞당기고 있다. 위험노동과 환경오염 문제가 도사린 철강사 일터가 AI의 힘을 빌려 안전한 녹색지대로 탈바꿈할 지 주목된다.
앞서 두 기업의 수장들은 본업인 철강과 AI 기술을 결합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미래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기존 스마트팩토리를 AI와 로봇 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공장(인텔리전트 공장)으로 발전시켜 저탄소 생산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며 “스마트 기술 개발로 더욱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취임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 안전문화 정립을 언급하며 AI 기술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현대제철은 내년까지 AI를 비롯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스템과 인프라 등 전 분야에 걸친 스마트 매니지먼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팩토리의 AI형 진화 방식이다.
올들어 두 수장은 모두 안전과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꿈꾸는 기업 이미지도 각각 ‘안전하고 똑똑한 제철소’와 ‘지속성장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다 중후장대 산업인 철강업계 특성상 산업재해 예방과 탄소배출 저감은 꾸준히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내 기업 1위는 포스코(약 7018만5587톤)로 2018년(7313만7295톤)보다 4% 줄었다. 발전사를 제외한 2위는 현대제철(2850만741톤)로 이 기간 26.7% 뛰었다.
중대재해가 잦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포스코의 경우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포항제철소에서 총 3차례 화재가 났다. 이 과정에서 직원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 이송됐다.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2차례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이처럼 탄소중립과 안전체계 구축은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두 철강사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친환경 생산 혁신과 안전성 향상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 죽음의 일터 오명 벗을 기회..AI 시스템 적용해 안정성·생산성↑
포스코와 현대제철 작업장엔 이미 안정성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AI 기술을 택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생산공정에 AI 시스템을 들였다. 철강 연속공정의 특성을 반영해 딥러닝 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용광로를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료·원료의 성분과 용광로 상태를 체크하고 조업 결과를 예측해 조업 조건을 자동 제어하고 있다.
포스코는 각 공정마다 AI 시스템을 적용해 조업 안정성은 물론 생산성과 품질을 모두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AI와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스마트 안전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월에는 무인설비 점검을 위한 이동로봇 통합관제 시스템을 시범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근로자가 직접 살피기 어려운 고위험 위치의 설비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용도다. 향후 이차전지 등 그룹사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지게차에 안전제동 AI 시스템을 현장 도입해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섰다.
현대제철 역시 작업자와 고위험지역 사고 예방을 위해 AI와 IoT 기술을 접목한 4족 보행 로봇 등 스마트 안전 기기를 현장에 적용했다. 위험요소로부터 인명보호 가능성을 크게 높였단 평가다.
향후 AI 기술을 녹인 가스센서와 카메라 등을 부착해 현장 활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고위험 작업 대체를 위한 자동화 설비 확대와 스마트 안전기기 개선·운용도 강화한다는 목표다.
■ 포스코, 지능형 공장 구축..현대제철, AI 활용 하이큐브 상용화
글로벌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AI 노력도 눈에 띈다.
포스코는 지난달 기존 스마트 팩토리를 AI가 결합된 지능형 공장(인텔리전트 공장)으로 발전시켜 저탄소 생산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스마트 팩토리는 로봇과 각종 감지 시스템을 통해 작업자의 유해가스 노출을 막고 고된 노동을 줄이는 등 안전에 초점을 뒀다. 이번 인텔리전트 공장 구축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친환경 철강사 이미지를 굳힌다는 목표다.
현대제철은 신개념 전기로 ‘하이큐브’를 활용한 탄소중립을 강조했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다. 철스크랩(고철)을 AI 기반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 수소환원철과 탄소중립형 용선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2030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탄소배출은 통상 고로 공정에서 발생한다. 현대제철은 이 기술을 통해 현재 고로에서 생산되는 고급 판재류를 전기로에서 생산해 친환경 제품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두 철강사는 계속해서 AI를 결합한 작업장 구축과 기술 개발로 '탄소 다배출기업' 타이틀을 탈피하기 위해 힘쓸 전망이다.
정부가 수립한 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11.4% 줄여야 한다.
포스코는 2035년까지 기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제철도 기존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을 12% 줄인다는 방침이다. 두 기업이 내세운 '2050년 넷제로' 목표가 AI로 실현될 지 관심을 모은다.
포스코 관계자는 “AI 기술 도입으로 공정을 효율화 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신기술 개발도 빅데이터 등이 필요한 시대”라며 “철을 만드는 전과정에서 AI 등 스마트기술을 도입해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안전하고 똑똑한 제철소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탄소중립에 AI가 역할을 하겠지만 원료 자체의 친환경화 역시 중요한 대목”이라며 “생산 최적화와 안전 영역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스터디 및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철강 업종을 포함해 국내 산업 전반에서 AI와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배경엔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 등이 있다”며 “단기적으론 시설 구축에 따른 비용 리스크가 있지만 장기적으론 기존에 인간이 하던 고강도 노동을 로봇이나 기술로 대체해 안전성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작업 시간을 늘릴 수 있어 AI 도입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당연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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