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재정비촉진구역인 흑석11구역에 높은 ‘성냥갑 아파트’ 대신 주변 현층원과 서달산과 잘 어울리는 친환경 아파트가 들어선다. 종로, 피맛길, 인사동이 교차하는 공평15·16지구는 역사성과 공공성을 살려 옛 서울의 모습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으로 개발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도시·건축 혁신방안` 시범 사업지 두 곳의 기본 개발 구상을 확정했다.

도시·건축 혁신안은 시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화국에서 탈피해 새로운 미래 경관을 창출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올해 3월 발표했다.

지난 5월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던 흑석11구역, 공평15·16지구, 상계주공5단지, 금호동3가 1 등 총 4곳 중 흑석11구역과 공평15·16지구 계획을 우선 확정했다는 내용이다. 

이들 지역은 오랫동안 사업이 정체돼 재개발이 시급한 곳들이다. 흑석11구역은 재정비촉진구역(주택정비형 재개발)이고 공평15·16지구는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두 곳의 정비계획 변경을 마무리하고 나머지 두 곳도 이른 시일 안에 사전 공공 기획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지침을 먼저 제시한 뒤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현행 절차는 민간이 재건축·재개발 정비계획을 수립한 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방식이지만 순서를 바꿨다. 서울시가 사업지별로 지난 3개월간 도시건축혁신단, 공공기획자문단, 공공건축가, 정비조합 등과 함께 기본구상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흑석11구역은 특별건축구역 등을 적용해 애초 계획했던 고층의 `성냥갑 아파트` 대신 현충원과 서달산 등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스카이라인과 친환경 설계가 도입된다. 스카이라인은 배후의 서달산이 보이도록 계획했다. 아파트 고층부에는 계단식 테라스형 옥상정원도 조성한다. 아파트는 기존보다 4층 낮은 최고 16층, 총 1509세대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 일대를 기존 구릉지 지형과 길을 고려해 `블록형 마을`로 조성한다. 또 정비사업으로 조성되는 공공시설을 문화·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평15·16지구는 정비와 존치가 공존하는 `혼합형` 정비기법을 도입한다. 이곳은 종로, 피맛길, 인사동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존치 건물과 정비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계획안을 마련한다. 건물 저층부와 옥상정원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개방한다. 역사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40여 년간 사업이 지체된 이 지역은 이러한 내용으로 정비계획안을 변경해 전날 시범사업지 중 처음으로 서울시 도시계획위 심의를 통과했다.

오는 10월 중에 정비계획 변경 결정을 고시한다. 내년 2월까지는 사업시행 인가를 완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계획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시행인가에 필요한 건축위원회 심의부터 최종 준공 시까지 공공건축가가 참여한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도시·건축 혁신방안`의 효과를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부터 혁신안을 본격 실행할 계획"이라며 "도시와 삶의 터전이 조화되는 서울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정경신문 지혜진 기자 zoeund@naver.com 지혜진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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