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CXO연구소)
[한국정경신문=장원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작년 연봉은 ‘0원’이다.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으나 회사로부터 급여를 단 한 푼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국내 ‘주식왕’에 이어 ‘배당왕’까지 2관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3월 주주총회 이후에 삼성전자에서 3500억원 넘는 돈을 받게 된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2019년분 배당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이 회장이 2010년부터 10년 간 삼성전자에서 받는 배당금은 1조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아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배당금은 10년간 2조원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10년~2019년 10년 간 이건희 회장과 이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배당금 현황 조사’ 분석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배당금 현황 등은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등을 참고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회장의 2019년분 배당금은 35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보통주 1주당 1416원(우선주 1417원)씩 배당되는데 이 회장은 보통주 2억4927만3200주를 보유하고 있어 3529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 우선주 61만9900주에 대한 8억원의 배당금도 추가된다.
같은 기간 홍 전 관장은 766억원, 이 부회장은 595억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홍 전 관장, 이 부회장을 포함해 이 회장 오너 일가에서 챙긴 배당금 액수만도 지난 한 해 4900억원 규모였다. 이는 지난 2018년과 동일한 배당금 규모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이 회장 혼자 삼성전자 한 곳에서 벌어들인 주식 배당금은 1조4563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간 연평균 1456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이 회장은 삼성전자로부터 꼬박꼬박 받아온 셈이다.
연도별 배당금 수준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이 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받은 배당금은 499억원이었다. 이듬해 2011년에는 274억원으로 전년도의 55% 수준으로 배당액은 확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이 회장의 배당금은 2013년 714억원→2015년 1049억원→2017년 2124억원→2018년 3538억원 등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홍 전 관장은 3156억원, 이 부회장은 2448억원을 배당금 몫으로 챙겨왔다.
이 회장을 포함해 홍 전 관장, 이 부회장 오너 일가 세 명이 삼성전자에서만 받은 배당금 액수만 해도 최근 10년간 2조168억 원이나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주주는 따로 있었다. ‘국민연금’이 그 주인공이다. 국민연금은 2010년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5% 넘게 보유해오고 있다. 지난 2018년(8455억원)과 2019년(8865억원) 배당금은 각각 8000억원대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이 2010년부터 10년 간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면서 벌어들인 배당금은 3조5007억 원으로 이건희 회장 일가에서 받은 금액보다 높았다.
삼성전자 배당과 관련해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 지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중 절반이 넘는 57% 정도는 외인이었다. 2019년 삼성전자 총 배당금이 9조6192억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5조4800억원 정도의 배당 현금이 외국인 주주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챙긴 파란 눈의 외국인 주주는 미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 투자 법인이다. 이 투자자는 지난해 1월 말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 보유해오고 있는데 작년 한 해 배당금은 4253억원 규모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보통주 1주당 책정된 배당금 액수는 2010년 1만원에서 2011년 5500원으로 낮아졌다. 이후 2012년 8000원→2013년 1만4300원→2014년 2만원→2017년 4만2500원으로 높아졌다. 그러다 2018년 주식 분할로 인해 2018년과 2019년 1주당 배당금은 1416원으로 확정됐다. 2018년 당시 기존 주식이 50대 1 비율로 주식분할이 이뤄졌다. 지난해 책정된 보통주 1주당 배당금 1416원을 분할 이전으로 환산해보면 7만800원 수준이다. 주식 분할 이전인 2017년 때보다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돌려주는 주주친화 정책을 펼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을 얼마나 지급했는지를 보여주는 ‘배당성향’도 2014년부터는 10% 이상 유지해왔다. 삼성전자의 지난 2010년 배당성향은 11.3%였는데 2011년 8.2%→2012년 6.9%→2013년 7.2%로 3년 연속 10% 미만을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13%~18% 미만 대에서 배당성향이 이뤄졌다. 이후 2018년에는 21.9%로 증가하더니 2019년에는 44.2% 수준까지 높아졌다.
2018년 대비 2019년 순이익이 절반 넘게 줄었지만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배당성향은 거꾸로 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당시 삼성전자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43조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21조원(잠정치 기준) 수준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작년 삼성전자 실적은 악화했으나 주주들이 챙기는 배당은 두둑해졌다”며 “주가가 상승하고 있고 배당금도 올라 주주들로서는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이 2019년 11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포함해 지난 2010년부터 10년 간 삼성생명에서 받은 이 회장의 배당금은 766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이 회장 혼자 삼성전자, 삼성생명 두 회사에서만 2010년 이후 10년 간 받은 배당금은 총 2조2223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또 이 회장이 2019년 작년 한 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108억원) 등에서 받은 배당금 규모만 470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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