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이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럼은 이남우 회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정 이사장의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해 “팩트가 틀린 자화자찬의 기자회견”이라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이사장 2025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정 이사장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자사주 매입·소각도 역사적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배당성향도 상당 부분 상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럼은 “해외에서 한국 증시는 빠른 속도로 존재감 없는, 변두리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정 이사장의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놀랍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평가 해소와 밸류업의 핵심 이슈인 주주권리,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자본비용, 자본배치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정 이상이 취임한 지난해 1월 15일 이후 1년간 코스피가 약 3% 하락했다고 짚었다.

포럼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계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한국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로 밸류업 계획을 세우던 작년 4월 각각 11배, 1.1배보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오히려 낮아졌다”며 “지난 1년간 거래소가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후퇴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밸류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아직도 밸류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라며 “한국 증시가 해외투자자 신뢰를 잃은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상장사들이 중복상장을 계속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 시장가치를 전체 시가총액을 나눈 값)은 18%로 미국(0.4%), 중국(2.0%), 일본(4.4%), 대만(3.2%)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자회사의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면서 일본에서 거버넌스 개혁을 주도하는 투자은행(IB) 출신 야마지 히로미 일본 증권거래소그룹(JPX) 대표와 비교해 정 이사장의 자본시장 이해도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포럼의 비판과 관련해 거래소는 “밸류업 핵심 이슈인 주주권리, 투자자 보호, 이사회 독립성 등은 같은 날 발표한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 기준에 상세히 반영이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