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길 산책] 문화 예술인의 터 성북동..길상사·수연산방을 거닐다

김재희 기자 승인 2017.11.03 09:42 의견 0

 

<서울성곽에서 바라본 성북동의 평화로운 모습>

 

[한국정경신문=김재희 칼럼니스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1970년대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서울 성북동. 좁은 골목길과 올망졸망 집들이 모여있다. 서민들의 삶이 있는 북정마을 골목길에는 사람 사는 정겨움이 느껴진다.

문화 예술인들이 사랑했던 동네이기도 한 성북동. 지금은 대사관 저택들도 군데군데 들어서 부촌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던 최순우가 거처했던 옛집, 작가 이태준이 살았던 수연산방, 만해 한용운이 형무소에서 나온 뒤 말년을 보냈던 심우장, 밀실정치의 산실 대원각에서 사찰로 거듭난 길상사 등 가볼 만한 곳도 많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12분)에서 출발해 최순우 옛집(20분)-길상사(20분)-수연산방(7분)-심우장(15분)-북정마을(2분)-서울성곽(15분)을 거쳐 다시 한성대입구역으로 돌아오면 웬만한 성북동 풍경을 다 눈에 담을 수 있다.

 

■ 단아한 뒤뜰이 매력적인, 최순우 옛집

 

<조그마하면서도 단아한 최순우 옛집>

 

‘시민문화유산1호’라는 별칭이 붙어있는 ‘최순우 옛집’은 1920년대 지어진 한옥이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으며 미술사학을 전공했던 최순우가 1976년부터 1984년까지 거처하던 곳이다. 2002년 성북동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을 때 모금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힘으로 살려냈다. 조그맣고 아담한 정원이 있는 뒷마당을 바라보며 툇마루에서 잠시 쉬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골목길 산책에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단아한 한옥과 사색의 공간, 길상사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책과 사색의 공간 길상사>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며 피어나는 꽃들이 사색하고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최근에 부쩍 산책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 같다.

길상사는 고급요정이면서 밀실정치의 산실이었던 대원각의 주인 기생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 받아 시주하면서 오늘의 사찰 길상사가 있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고 쉬어가기에 좋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 차를 마시며 여유로운 한 나절을 보내고 싶은, 수연산방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전통찻집이면서 작가 이태준이 살았던, 수연산방>

 

전통 찻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이곳은 작가 이태준의 집이었다. 당대의 문장가로 알려졌던 이태준이 월북한 후 그와 대부분의 가족의 소식은 알 수 없다. 현재 그의 증손녀가 찻집으로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이태준은 ‘달밤’ ‘돌다리’ ‘코스모스 피는 정원’ 등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벽면에 걸려있는 한 장의 가족사진이 한때 단란했던 그의 가족과 행복했던 한 때를 보여준다. 원형을 거의 그대로 살려서 단아하고 고풍스런 한옥의 멋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랑채에서 툇마루에서 아니면 마당의 나무 그늘에서 차 한잔하며 다시 산책에 나설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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