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션 이스탄불', 자꾸만 '테이큰'이 떠오르는 걸

장영준 기자 승인 2017.08.11 17:39 의견 1

영화 '미션 이스탄불'에서 닉 역을 맡은 틸 슈바이거. (사진=(주)영화사 오원)

 

[한국정경신문=장영준 기자] "I'll find you, and I'll kill you."(난 널 찾을 것이고, 그리고 죽여버릴거야.)

아직도 영화 '테이큰'의 이 대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갱단 일원과 통화를 하며 등장하는 이 강렬한 한 마디. 얼마나 유명한지 다른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한다. 리암 니슨이 위 대사를 이용해 광고까지 찍었으니 말 다했다. '테이큰'을 대표하는 명대사이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토록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대사도 참 드물다.

여기 또 한 명의 아빠가 딸을 찾기 위해 나섰다. 이번에는 독일 아빠다. 상황도 조금 다르다. 이번엔 여행이 아니라 복수를 위해 딸이 나섰다. 엄마의 복수를 하겠다며 마피아들을 찾아나선 레니(루나 슈바이거)는 그러나 복수에 실패하고 오히려 납치를 당한다. 레니의 아빠이자 특수요원인 닉(틸 슈바이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레니가 이스탄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곳으로 향한다.

'미션 이스탄불'에서 레니 역으로 출연한 루나 슈바이거. (사진=(주)영화사 오원)

 

꽤나 팽팽했던 긴장감은 중간중간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늘어지며 발목을 잡힌다. 애타게 딸을 찾아 헤매는 닉 앞에 사창가에서 일하는 한 여인이 등장하는데, 굳이 등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러시아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닉이 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현지 지리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나마 러시아 형사 캐릭터는 닉이 딸을 찾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그의 갑작스런 등장은 수긍이 간다.

레니를 납치한 범죄조직이 숨겨둔 진짜 목적이 드러나기까지 닉의 '생고생'은 반복 또 반복된다. 사실 이 부분이 어찌 보면 추적액션을 표방하는 '미션 이스탄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 '생고생'이라는 게 바로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액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뛰고 달리고 구르고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영화에 몰입한다. 주인공이 힘들어 하면 힘들어 할 수록 몰입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미션 이스탄불'은 독일에서 시작해 터키,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유럽 대륙을 아우르며 장대한 로케이션을 자랑하며 주인공 닉을 계속해서 '생고생'의 늪으로 밀어넣는다.

우리는 이미 각종 첩보 영화들을 통해 다양한 국가를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에 꽤 익숙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션 이스탄불'에서 기대하는 건 각 국가들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들이다. 닉은 이런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이스탄불 도심을 질주하고, 건물 옥상에서 아찔한 추격을 펼치고, 피 튀기는 맨손 격투를 벌인다. 여기에 마피아들이 벌이는 폭탄 테러는 덤. 문제는 이미 '본' '미션 임파서블' '테이큰' 시리즈 등으로 관객들의 눈높이는 한층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미션 이스탄불'이 과연 이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글쎄.

영화 '미션 이스탄불' 속 한 장면. (사진=(주)영화사 오원)

 

머나먼 타지에서 딸을 찾아야하는 닉에게는 친구 얄친(파리 야르딤)이 있다. 그 역시 닉과 같이 일하는 특수요원. 하지만 허술한 점이 많고, 실없는 소리도 가끔씩 해댄다. 아마도 영화의 긴장감을 늦추기 위해 일부러 조금 웃긴 캐릭터를 넣은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하지만 닉이 딸을 찾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심지어 주인공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다. 사실상 닉과 얄친의 버디무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국땅에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 아빠의 직업이 특수요원이라는 점 등 '미션 이스탄불'은 '테이큰'과 붕어빵처럼 닮아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테이큰'이 떠오르는 건 참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자연스레 머릿 속에서는 두 영화를 비교하기 시작한다. 여기선 이랬는데, 저기선 저랬는데. 아, 참고로 '미션 이스탄불'은 틸 슈바이거가 출연한 인기 TV시리즈 '타트오르트(Tatort)'를 영화화한 스핀오프 버전이다. TV 시리즈에 이어 영화에도 등장하는 딸 레니 역의 루나 슈바이거는 틸 슈바이거의 친딸이다. 오는 8월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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