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산범', 공포로 다가온 세상 가장 따뜻한 목소리

관리자 승인 2017.08.09 10:51 의견 0

영화 '장산범' 스틸. (사진=NEW)

 

[한국정경신문=장영준 기자] 흔히 공포 영화에서 사운드는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몰입하는 순간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오는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사운드는 공포 영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주요 포인트다. 그런데 여기 사운드를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목소리'로 바꿔 내세운 영화가 있다. 바로 '장산범'이다.

'장산범'은 평소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다. 2013년 웹툰의 소재로 활용된 뒤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영화 '장산범' 속 장산범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존재다. 문제는 단순히 목소리를 흉내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목소리를 듣는 사람의 약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자극한다는 데 있다.

극중 희연(염정아)은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를 온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때문이다. 아들을 잃어버린 희연은 시어머니가 조금이라도 기억을 회복해 아들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데 희연이 이사온 이후 그곳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이미 폐쇄된 장산동굴이라는 곳에서.

영화 '장산범' 스틸. (사진=NEW)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는 동네 꼬마들과 장산동굴을 찾았던 희연은 그곳에서 무언가에 겁을 먹고 혼자 숲 속에 숨어있던 여자애(신린아)를 만난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와 같이 지내도록 하지만, 이 소녀의 정체가 너무나도 수상하다. 말 한마디 없던 소녀가 내뱉은 첫 마디는 딸 준희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고,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준희라고 한다.

이상한 것 투성이었지만, 남다른 모정을 지닌 희연은 그 소녀에게도 딸 못지 않은 애정을 보인다. 남편(박혁권)은 딸 목소리를 흉내 내는 이 소녀를 수상하게 여기지만 희연은 아랑곳 않고 소녀를 보살핀다. 그러던 중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시어머니(허진)가 온데간데 없어졌고, 그런 시어머니를 찾겠다며 나선 남편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영화는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주는 공포를 보여준다. 가장 친숙하기에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간다는 점을 노린다. 심지어 죽은 가족의 목소리가 대화를 걸어오니 그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절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노린 장산범은 하나 둘 사람들을 자신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그렇게 그들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영화 '장산범' 스틸. (사진=NEW)

 

허정 감독은 그래서 '장산범'을 연출하며 '소리'에 가장 많은 공을 기울였다. 특히 그가 신경을 쓴 것은 누군가 다른 이의 목소리를 흉내낼 때 내는 특유의 소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실제 본인이 내는 목소리와 이를 흉내내는 사람이 내는 소리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이 바로 '장산범'이 선사하는 공포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허 감독은 단순한 소리에 더해 심리적인 뭔가를 표현하고자 했다.

단순히 익숙한 소리에 이끌린다는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충분히 높이지 못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주인공 희연을 아들을 잃은 엄마로 표현했다. 모정만큼 강렬하고 뜨겁게 이끌리는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 희연으로 분한 배우 염정아는 다시 한 번 공포 스릴러물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깊은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해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영화 '숨바꼭질'로 무려 560만 관객을 동원했던 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그리고 소리를 통한 아찔한 상상력이 극도의 긴장감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장산범'을 봐야하는 이유들이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등장한 가장 한국적인 공포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마니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17일 개봉. 상영시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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