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자율배상 놓고 당국-은행-투자자 갈등 첨예..이번주 분수령

18일 은행장-이복현 금감원장 간담회..ELS 배상안 논의 전망
금감원장, 자율배상 압박 수위 높일 듯..배임 우려 놓고 이견
같은 날 오후 피해자 모임 기자회견..29일 국민은행 앞 집회도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3.18 11:10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이 18일 회동을 갖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을 논의한다. 같은 날 홍콩 ELS 투자피해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100% 원금 배상 주장에 나서면서 홍콩 ELS 배상을 놓고 당국, 은행, 투자자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이복현 금감원장과 만찬 겸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금감원이 홍콩ELS 배상안을 내놓은 이후 첫 회동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앞에서 열린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에서 원금 전액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주요 11개 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으로 구성된다. 통상 정례 회의를 통해 은행권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데 이번 회의에서는 홍콩 ELS 배상안이 핵심 안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홍콩 ELS 배상과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일관되게 은행권의 자율배상을 압박해 왔다.

지난 11일 홍콩 ELS 배상 기준안 발표 당시 모두발언을 통해 “각 판매사는 이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등 사후 수습 노력은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 수준 결정시 참작할 방침”이라며 넌지시 압박하는 식이다.

배상 기준안 발표 이후 은행권에서 제기된 배임 우려에 대해서도 이틀 뒤인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쟁조정 기준안은 사법 절차로 가지 않아도 이에 준하는 사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판례가 인정한 인자를 뽑아 마련해 법률적 근거가 있다”며 “배임 관련 업무를 20년 넘게 했는데 소비자와 부담 나누는 게 배임 이슈에 연결되는 건 먼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외국인 주주가 60~70%에 달하는 만큼 배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액의 배상금 지급으로 수익이 줄어들게 되면 배당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불만을 가질 외국인 주주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 ELS 배상안 발표 이후 12일부터 지난 15일 종가 기준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의 주가는 각각 7.7%, 8.5%, 4.3%씩 올랐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를 기대한 외국인들이 대거 주식을 사들인 결과다.

하지만 당국의 배상안을 토대로 각 증권사들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은행별 배상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종 배상비율을 약 30~40% 내외로 전망하며 자율배상 규모는 ▲KB국민은행 7000억~9000억원, 신한금융 3000억원, 하나금융 2000억원 가량으로 추정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안에 대한 은행 이사회의 수용 여부 결정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자율배상 확정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해당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될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 간담회 일정에 맞춰 이날 오후 5시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금감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 홍콩 ELS 계약 원천 무효를 표명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예고했다. 지난 15일 NH농협은행 본점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되는 주요 판매은행 본점 앞 대규모 집회다. 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규모는 8조원이 넘는다.

이들 피해투자자들은 은행들이 홍콩 ELS를 예금 상품인 척 속여놓고 이제와서 투자자로 몰고 있다며 계약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측은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은행은 상품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금융위원회 지침과 금융 소비자 보호법 제 7, 10, 17, 19, 21, 26, 44조를 위반했다”며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투자자 자기책임’ 같은 기만적 단어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선량한 금융소비자에게 전가시키며 전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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