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재판 개입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사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하재인 기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행위를 질책하며 재판부에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에는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 선고를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박 전 대법관·고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상고법원 도입에 청와대 행정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9년 2월 11일에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까지 고려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재판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고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범행 동기로 본 당시 사법부 대내외적 환경에 대해서는 법관 인사 일원화 시행으로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상고법원 입법안이 대내외적 비판에 폐기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에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로비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는 기본방침·대응 기조를 승인한 이상 개별 범행에 대한 별도 연락이 없어도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당시 심의관이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면 상급자의 의사가 하급자의 의사를 지배한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들의 지시나 승인 없이 진행되기 어려운 점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법행정과 재판 영역이 분리돼 관여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행정상 명분을 내세워 법원행정처 내부 보고와 승인 등 의사 결정을 거쳐 협조 요청을 했기에 월권적 남용을 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다른 법관들에게 법원이 무죄로 선고한 판결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검찰은 "재판 개입을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위법한 지시는 죄가 성립한다고 봤지만 외려 궁극적 목적이나 불법성이 더욱 큰 재판개입에 대해선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라며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재고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1심 결심 공판은 검찰의 기소 후 약 4년7개월만에 열렸다. 지금까지 진행된 공판은 277차례다. 검찰은 구형 의견에 1시간40여분을 할애했다. 오후에는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