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의 와인 첫걸음] 품종마다 색다른 와인, 그 매력 속으로..레드와인①

김제영 기자 승인 2022.10.04 16:10 | 최종 수정 2022.10.18 14:37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몇 해 전만해도 생소했던 주종 ‘와인’이 어느 새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와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꽤나 대중적이고 친숙한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그런데 여전히 와인은 알쏭달쏭합니다. 길고 난해한 꼬부랑 글씨체를 보다보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요. [와인 첫걸음]은 와인이 생소하고 어려운 분들이 ‘기초’는 챙길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와인을 고를 때 알면 보이는 정보 중 하나가 바로 포도 품종입니다. 대중적인 품종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시중 와인의 절반은 알고 마실 수 있습니다. 보통 와인 이름 뒤로 붙이는 단어는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 포도 품종을 뜻하기 때문이죠. 품종 차이만 알아도 와인의 맛과 향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답니다. 우선 가장 대중적인 레드와인 품종부터 알아볼까요.

■ 레드와인의 대명사,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카베르네 쇼비뇽은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이자 인기 있는 와인 포도종입니다. 작은 알과 두꺼운 껍질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껍질 속 색소와 타닌이 풍부하죠. 껍질이 두꺼우면 외부 자극에도 강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적응력과 성장력으로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이지만 미국·호주·칠레 등 각국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습니다.

앞서 나온 ‘탄닌(Tannin)’은 쉽게 말해 ‘떫은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카베르네 쇼비뇽은 탄닌과 바디감이 강하고 당도가 낮아 남성적인 품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바디감(Body)’은 입 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무게감을 의미합니다. 바디감이 강하면 진하고 묵직하다고 하죠. 마치 물과 우유의 무게가 다르듯 말입니다. 와인을 오픈한 초기는 떫고 신 맛이 강하지만 숙성될수록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카베르네 쇼비뇽은 일명 ‘고기 와인’이라 부를 만큼 소고기·양고기 등 육류 요리 대부분과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탄닌과 풍미가 풍부해 구운 고기 혹은 버섯이 들어간 육류 요리에도 조화롭다고 하죠. 카베르네 쇼비뇽과 같이 향과 맛이 진한 와인은 치즈를 곁들일 때도 가볍고 부드러운 치즈보다 진한 맛이 풍부한 이탈리아 대표 치즈 ‘파르미지아노(일명 파마산)’과 잘 어울립니다.

■ 와인 초보자라면 부드럽고 풍미 가득한 메를로(Merlot)

메를로는 앞서 소개한 카베르네 쇼비뇽과 함께 프랑스 보드로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입니다. 카르베네 쇼비뇽과 비교하면 알맹이가 크고 껍질이 얇습니다. 과육의 부피가 큰 만큼 과즙도 풍부해 수분과 당분 함량이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부드럽다고 볼 수 있죠. 둥글둥글 무난한 특징 덕분에 입문용 와인으로 추천하기 좋은 품종이기도 합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충분한 과실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디감은 중간 수준인 ‘미디엄’이라고 표현합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특징 덕분에 카베르네 쇼비뇽과 같이 상호 보완되는 품종과 블렌딩해 마시기도 하죠. 다른 품종보다 당분이 높아 알코올 도수가 비교적 높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떫지 않고 산도도 약해 부담이 적답니다.

메를로는 육류 요리 중에서 간장 양념과 같이 짠맛과 감칠맛이 더해진 고기 요리와 조화롭다고 합니다. 갈비찜이나 찜닭 등이 적당하겠죠. 다만 너무 맵거나 향이 강한 요리는 잘 어울리지 않답니다. 간단한 치즈를 곁들인다면 버터 같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고다 치즈 혹은 구멍이 송송 뚫린 에멘탈 치즈를 추천합니다. 두 가지 치즈 모두 지방 함량이 높아 부드럽거든요.

다 같아 보이는 레드와인도 포도 품종마다 다른 맛을 가진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다음 레드와인 편에서는 ‘피노누아’와 ‘시라’를 소개합니다. 알고 마시면 더욱 매력적인 와인의 세계,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