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5년만에 북미 출장..반도체 부품 수급 논의 등 글로벌 네트워크 다져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제1공장 방문 가능성
엔비디아·퀄컴 등 삼성전자 대형 고객사들 챙길 듯

권준호 기자 승인 2021.11.14 11:14 | 최종 수정 2021.11.15 08:3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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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르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북미 출장길에 오르며 본격적인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특히 미국 출장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만이라 관심이 쏠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 고객사들과 만나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예정이다.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를 최종 조율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김포공항 출국길에 취재진과 만나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짓느냐는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제1공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장 라인을 챙기고 고객사들과 관계도 다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인근에는 엔비디아·퀄컴 등 삼성전자 고객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퀄컴은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로 삼성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다만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현지 일정은 알 수 없다"고만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한 최종 조율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 등을 공장 부지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이다.

기존에는 제1공장이 있는 오스틴시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인근에 있는 테일러시가 삼성전자에 전폭적인 세제 혜택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지난 9월 테일러시 의회는 오는 2026년 1월까지 170억달러를 투자해 600만 평방피트(0.5㎢)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정규직 1800개를 제공할 경우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 부회장은 보스턴도 방문한다. 보스턴은 미국 제약사 모더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모더나 백신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올여름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백신 생산부터 챙겼다. 모더나 최고 경영진과 신뢰 관계 구축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모더사 경영진을 만나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뉴 삼성'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새해 첫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해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뉴 삼성 혁신을 강조했으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 선고를 받으며 뜻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 때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내며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말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5G 차세대 통신, AI,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투자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길에 반도체 고객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등 현장을 챙길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뉴 삼성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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