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스팸부터 런천미트까지..캔햄의 오해와 진실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4.29 16:42 | 최종 수정 2022.01.13 23:52 의견 0
이마트 여의도점 통조림 코너 [사진=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스팸, 리챔, 더 건강한 햄, 런천미트 등. 이 중에서 이마트 여의도점 햄 통조림 칸에 가장 많이 보이는 캔햄은 단연 스팸이다. 스팸에 대항하듯 리챔 역시 만만치 않게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대 가장자리 이벤트 칸에는 묶음 판매 중인 스팸 마일드가 놓여있다. 할인 판매 같아보였지만 전날(28일) 이마트 여의도점 기준으로 계산해본 결과 각 3캔과 묶음 3캔의 가격차이는 단돈 160원이다.

‘스팸’은 특정 브랜드 명이지만 햄 통조림을 포괄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스팸마요덮밥, 스팸김치볶음밥, 스팸김치찌개 등. 스팸으로 시작하는 메뉴는 식당 메뉴판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해당 업체들이 스팸 제품을 사용하는지는 미지수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외식업체에 스팸 인증마크를 도입했다. ‘스팸 사용 여부가 메뉴 주문 시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마트 여의도점 스팸과 런천미트 [사진=김제영 기자]

■ 스팸와 런천미트의 차이..‘이름’에 있다

흔히 통조림 햄 하면 흔히 스팸을 많이 떠올린다. 그러나 가까운 마트의 통조림 코너에 가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캔햄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소비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은 대체로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 혹은 이미지를 놓고 고민하는 선에 그친다. 스팸과 런천미트는 도대체 뭐가 다를까.

정답은 ‘이름’에 있다. 스팸은 CJ제일제당이 호멜사와 제휴해 내놓은 캔햄 브랜드 명이자 ‘고유명사’다. 반면 런천미트는 점심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가공육을 통칭하는 단어다. 즉 ‘일반명사’다. 일반명사는 상표권이 없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명칭이다. 국내 가공육 업체들이 런천미트라는 이름으로 캔햄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주로 순수 고기 함유량이 적어 전분 등을 다양하게 혼합한 저가형 프레스 햄을 칭한다.

국내에서 런천미트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섞인 ‘혼합’ 제품이다. 해외에서는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단독으로 만든 상품도 런천미트로 통한다. 스팸과 런천미트의 개념은 미국에서 들어온 통조림 햄이 현지화되면서 달라졌다. 국내 가공육업체들은 통조림 햄인 런천미트의 저렴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이에 런천미트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명을 부여한 고급화 전략을 선택했다. ‘돼지고기’만을 사용한 캔햄을 프리미엄 라인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양성분표시 라벨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스팸은 돼지고기만으로 이뤄졌다. 돼지고기를 90% 이상 사용한 돼지고기 고함량 햄이다. 이에 반해 런천미트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함께 섞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비율은 제각각이지만 국내 런천미트 제품들은 대체로 돼지고기 40%와 닭고기 30% 가량을 혼합해 만든다. 고기 함량이 높으면 햄 맛이 좋다. 특히 돼지고기 함량이 높은 캔햄은 육질이 단단하고 윤기가 나며 맛이 고소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스팸 클래식, 스팸 마일드, 런천미트, 리챔 [자료=각 사]

■ 스팸 클래식, 돼지고기·나트륨·칼로리 함량 최고

국내 고급 프리미엄 캔햄을 비교하기 위해 이마트 여의도점을 찾았다. CJ제일제당 스팸과 동원F&B 리챔이 가장 쉽게 눈에 띈다. 사조 안심팜은 이마트 자체브랜드 피코크 캔햄과 함께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푸드 로스팜은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찾아볼 수 없다. 런천미트는 동원F&B에서 내놓은 통조림 한 브랜드뿐이다.

스팸 클래식과 마일드, 리챔, 로스팜과 안심팜 총 다섯 제품을 놓고 비교해봤다.

돼지고기 함량은 스팸이 제일 높다. 스팸은 92% 넘는 돼지고기(클래식 92.44%, 마일드 92.37%)를 함유하고 있다. 이어 로스팜(92.16%), 리챔(91.1%), 안심팜(90.01%) 순이다. 반면 단백질 함량은 로스팜과 안심팜이 100g 당 16g으로 제일 높다. 스팸 마일드는 14g, 스팸 클래식과 리챔은 모두 13g이다.

나트륨 함량과 칼로리는 스팸 클래식이 압도적으로 높다. 스팸 클래식 나트륨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 절반이 넘는 1080mg이다. 칼로리는 100g 당 340kcal. 특이한 것은 스팸 마일드의 나트륨 함량은 스팸 절반 수준이자 다섯 제품 중 가장 낮았. 그러나 칼로리는 스팸 다음으로 높아 스팸 두 제품은 모두 100g 당 칼로리 300kcal를 넘은 높은 수준이다.

리챔은 2003년 출시 당시 ‘저나트륨’ 콘셉트였다. 기존 캔햄의 짠 맛을 아쉬워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리챔은 총 2차례에 걸쳐 나트륨을 줄여 현재 100g 당 670mg이다. 칼로리는 285kcal로 역시 기존 스팸보다 낮은 수준이다. ‘짜지 않아 건강한 햄’이라는 프레임으로 건강을 강조했다. 리챔은 웰빙 트렌드 확산과 함께 사랑 받아 통조림 햄 시장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팸 마일드는 2006년 출시해 지난해 리뉴얼됐다. 스팸을 선호하면서도 짠 맛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리뉴얼된 스팸 마일드 나트륨 함량은 기존 스팸의 절발 수준인 100g 당 510mg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에 의하면 ‘단독으로 먹어도 짜지 않고 밥반찬보다는 술안주로 적당한 짠맛’이다. 스팸은 클래식과 마일드로 세분화돼 60% 넘는 시장점유율로 브랜드 1위를 유지 중이다.

이마트 여의도점의 유일한 런천미트는 동원F&B 제품이다. 나트륨은 프리미엄 캔햄 다섯 제품 중 스팸 다음으로 높지만 칼로리는 가장 낮다. 고기 함유량은 돼지고기 43%와 닭고기 27% 가량이고 단백질은 다섯 제품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격은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340g 기준 동사의 리챔 보다 1300원 저렴하다.

동원 F&B 관계자는 “프리미엄 캔햄 라인과 런천미트 라인의 차이점은 가격과 품질”이라며 “저가형 캔햄은 주로 외식업체에서 판매 단가를 맞추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산하지만 주력 상품은 아니라 따로 홍보를 하고 있지 않고 프리미엄 캔햄 라인과 경쟁하는 제품군도 아니라서 같은 시장점유 집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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