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미래] 데이터가 된 기억, 불멸의 삶으로..소설 '얼터드 카본’'

이성주 기자 승인 2018.06.20 17:27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제 데이터는 산업 전반을 이루고 또 진두지휘하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그리고 여기 상상으로 빚어낸 세계에서 데이터는 한 발자국 더 진화한다. 사람의 기억과 자아를 데이터로 만들 수 있는 미래가 찾아온 것이다. 소설 '얼터드 카본'은 인간의 의식을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든 불러올 수 있는 불멸의 미래를 그린다.
 
‘얼터드 카본’ 속 세상은 우리가 곧 마주할 수 있을 근 미래다. 사회 안에서 생후 1년을 맞은 모든 인간은 경추 부위에 저장소(스텍)라는 장치를 삽입한다. 인간의 모든 기억과 자아를 저장소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장소를 통해 인간은 의식을 새로운 육체에 이식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 물론 저장소의 파괴는 영원한 죽음을 의미한다.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의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니들캐스트(Needle Cast)는 식민행성 간의 자아 이동을 가리킨다. 초광속 통신을 통해 의식을 전송하고 반대편 행성의 준비된 육체로 깨어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된 인간의 의식은 가상 세계 활동도 가능하게 만든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지만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있다.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의 삶과 권력 분배 구조다. ‘메트족’은 권력의 정점에 자리한다. 엄청난 부로 육체를 바꿔가며 수백년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메트족은 항상 건강하고 젊은 몸으로 살아가고 만일의 사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그라운더’는 가난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라운더들에게 저장소 이식을 통한 부활은 한 두 번 정도의 기회조차 제한적으로 주어진다. 남는 인간의 육체와 인공 육체 모두 고가이기 때문에 기술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건 므두셀라의 몫이다. 
 
‘얼터드 카본’은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세계관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신선한 미래로 재미를 주는 것. 그러나 소설 속 세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인간 의식을 컴퓨터에서 저장하고 디지털 영생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터니없는 계획이라며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실현되지 못하고 있지만. 디지털 영생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호주의 스타트업 기업 ‘휴마이(Humai)’는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저장한 후 인조 신체에 재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 밝혔다. 인간의 대화 스타일과 행동패턴, 사고과정, 신체 기능 등에 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나노기술을 통해 보관하는 것이다. 당시 휴마이의 포부는 허무맹랑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3월 미국의 신생 기업 ‘넥톰(Nectome)’은 최첨단 방부처리 기술을 이용해 뇌를 보존하는 기술을 이야기했다. 보존된 두뇌를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인간의 의식을 되살릴 수 있는 미래에 대비해 두뇌 보존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맥킨타이어와 마이클 맥카나는 돼지의 뇌를 보존하는 연구로 뇌보존재단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넥톰의 계획도 대중과 과학자들의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뇌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넥톰은 백기를 들었고 미국의 MIT 대학은 넥톰과 산학 연계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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