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미래] 기억 삭제, 정해진 틀 안의 삶은 행복할까..소설 기억전달자

이슬기 기자 승인 2018.05.10 13:2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통해 삶을 선택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날 때부터 삶이 정해져 있다면. 인간은 그 어떤 고민이나 걱정도 할 필요 없이 눈앞에 펼쳐진 길을 걷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아픔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면 그 세상은 어쩌면 유토피아라 할 수도 있다.

소설 ‘기억전달자’ 속 미래는 모든 것이 통제되는 세상이다.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 트루먼이 방송국 PD가 만든 세상에서 삶을 살아가듯. 미래 도시 속 사람들은 커뮤니티 정부가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정해진 인생을 산다. 

사람들은 가난과 차별, 배고픔 등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기 때문. 열두 살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기억과 감정을 지워야 한다. 커뮤니티가 정해주는 직업과 가족을 가진 채 평생을 산다. 도시 곳곳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며 정해진 규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할 시 바로 제재가 가해진다. 

기억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기억보유자와 기억전달자라는 직업을 받은 사람이다. 기억보유자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모두 안고서 현실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준다. 기억전달자는 새로 뽑힌 기억보유자에게 자신의 기억을 건네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행복만 느끼며 살도록 기억을 통제하는 것이 유토피아로 가는 길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기억을 잃고 감정이 사라진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이 아닌 로봇과 닮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소설 속 세상과 다르게 현대의 과학자들은 오히려 인간의 기억을 깨우는 연구에 한창이다. 고령화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미국 웨이크 포리스트 뱁티스트 병원의 로버트 햄슨 교수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공동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신경 공학 저널'을 통해 "뇌에 이식한 전극으로 전기 자극을 줘 환자의 기억력을 35~37% 높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전기 자극을 줘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연구진은 15년간 잠들어있던 식물인간을 깨우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뇌전증 환자 25명의 뇌에 이식한 전극으로 전류를 흘려 기억력이 1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기억전달자’ 속에서 말하는 기억 이식의 기능도 현실화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억 칩의 개발을 통해 망각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 코드를 담은 칩을 사용해 동물의 행동을 훈련시키는 연구는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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