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결국 가해자는 없었다..예술위 '블랙리스트' 국가적 폭력 사과

이지은 기자 승인 2019.07.19 19:21 | 최종 수정 2019.07.19 19:24 의견 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자료=이지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은 '팝업씨어터' 사태를 "한국 공연 예술계의 중심이 될 청년 예술인들에게 가해진 국가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4년 전 공연이 진행돼야 했던 공간에 선 박위원은 "젊은 예술가가 받은 고통에 비해 사과가 늦어져 가슴이 아프다"고 사과했다. 정작 가해 당사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다.

19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씨어터카페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원회)'팝업씨어터' 사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예술위원회 전효관 사무처장, 송시경 예술공간 운영본부장, 박종관 위원장을 비롯해 공연단체 및 예술가 참여 직원이 자리해 입장을 발표했다.

'팝업씨어터'는 예술위원회 주최, 주관의 기획 사업 '공원은공연중'의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5년 연극 '이아이' '후시기나 포켓또' '불신의 힘' 등 공연을 계획했으나 예술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에 의해 청와대로부터 신원검증을 받아야 했다. 이후 '이아이'는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강제로 공연을 취소당했다. 이어 예술위원회는 '불신의 힘'과 '후시기나 포켓또'의 공연장소 변경을 요구해 창작진 스스로 보이콧 선언을 하게 만들어 공연을 취소하도록 만들었다.

앞서 예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태라는 참담한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으나 '팝업씨어터' 피해자들은 진상 조사 결과 발표에 근거한 정확한 사실인정과 책임이 담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예술위원회에 요청했다.

'팝업씨어터' 사태의 피해자 전진모, 황순미, 임영준, 김원정, 김정, 윤혜숙, 송정안, 염한별, 김준수, 김진이, 나희경, 이연주, 전윤환, 정진세는 공연단체 및 예술가 참여 직원으로서 입장 5개를 발표했다. ▲블랙리스트 적용 피해 ▲'이아이' 공연 방해 및 중단 피해 ▲'후시기나 포켓또' '불신의 힘' 대본 검열 피해 ▲'팝업씨어터' 기획 담당 직원 ▲'팝업씨어터' 사태에 연대한 동료 예술가들 순이다. 

이날 가장 큰 화두는 정작 피해자들은 사건의 가해자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지 못했을 뿐더러 만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장은 "가해 당사자를 만나봤지만 직접 나오게 하는 건 위원장의 권한 밖의 일이지만 당사자의 사과를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은 피해자들의 과잉된 감정과 무거운 분위기가 오갔다. 예술위원회 측은 "퇴직한 사람을 제외하고 두명은 분명한 사과의 뜻을 비쳤지만 지금 피해자들과 대면해 사과하기에는 좀 힘든 모양인 거 같다. 장담을 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사과를 할 거라 기대를 하고 있다"며 "당사자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문에 대해서 예술위원회는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당시 예술위원회 직원이 발표했던 해명문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검토를 받아 진행됐다. 때문에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과 받아야 하는 사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박종관 위원장은 "이 자리가 예술위원회의 사과 자리로 폭이 좁아진 부분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종권 위원장은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안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예술위원회에서는 헌법 개정과 관련해 권고 사항이 있었고 문화 기존법 법률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위원법에 의해 합의제를 강하게 복원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합의제를 강화했다.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로도 몇 가지가 계획되고는 있지만 방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블랙리스트 차별에 관여한 담당자는 누구고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예술위원회 사무 담당자는 "당시 센터장, 본부장, 문화사업부장 총 3명이다. 센터장은 퇴직했고 남은 두 사람은 각각 정직,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고 답했다.

현장에 있던 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예술위원회의 태도에 "언제까지 반쪽짜리 사과문을 듣고 돌아가야 하냐"며 울분했고 박종관 위원장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위원장이며 인사권자더라도 강제로 사람을 데리고 나올 수 없어 매우 송구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연극 '이아이'의 황승민 배우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예술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 직원을 데리러 나오는 게 아닌 그 직원이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이 문화예술을 소양할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건 유감이지만 미안해서 안 나온 게 아닌 마음이 없어서 때문일 거다. 한 기관에 위원장이 그 사람을 데리고 나올 수 없었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 다음 단계를 생각해 보고 이행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박 위원장은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 들이고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본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피해 예술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관계 회복의 길을 걷고 싶다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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