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집안 싸움에 주가 상한..“사업 구성 다각화 긍정적”

신평사, 그룹 통합 OCI-한미 신용도 영향 제한적
임종윤·임종훈 연합..17일 통합 반대 가처분 신청
통합 시 임주현 경영권 획득..신동국 회장 키맨

최정화 기자 승인 2024.01.19 08:10 의견 0
한미약품 본사 전경 (자료=한미약품)

[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둘러싼 한미약품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양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후 4일 연속 하락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간 이종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및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점 ▲OCI홀딩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 점 등을 주가 하락 요인으로 들었다. 여기에 OCI그룹이 보유한 현금이 한미약품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데 대한 부담도 하락 요인으로 봤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제약업 CEO와의 공동 경영체제가 단기적으로 OCI 홀딩스 기업가치 개선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도 “OCI와 한미약품의 사업적 시너지가 단기에 발생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 12일부터 5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법적대응에 나서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증권업계 다수가 두 그룹간 통합이 양사 모두에 긍정적일 수 없다고 평가한 데 반해 신용평가사들은 다르게 진단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평사는 지난 17일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이 계열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한미약품이 그룹 통합 이후에도 핵심 계열사로 지원주체적 성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계열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 판단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혁민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전문의약품 실적 호조와 경감된 R&D 비용 부담 등을 바탕으로 우수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인 투자와 R&D 전략 변화여부 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씨아이홀딩스에 대해서는 현금유출에 따라 자체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그룹 보유 유동성과 재무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봤다.

안희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그룹 사업포트폴리오에 사업역량이 우수한 한미약품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편입돼 사업 다각화 및 안정성이 제고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룹 통합이 OCI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평도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인수에 따른 신용도 평가보고서를 내고 이번 지분 인수가 회사 신용도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판단했다.

현물출자를 제외한 인수대금 5175억원에 대해 외부차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향후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 변화 수준과 관련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지배구조 변동은 변수로 봤다.

유준위 한기평 기업1실 수석연구원은 “추후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지배구조 변동과 경영권 안정화 여부, 한미사이언스와 계열사 연결 편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 (자료=코리그룹)

■ 한미약품 오너가 분쟁 격화 조짐..키맨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임종윤 사장이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손잡고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17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면서다.

임종윤 사장은 이날 자신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소셜미디어(X)에 올린 글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 및 임종훈은 공동으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금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알렸다.

앞서 임종윤 사장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으로 모녀 대 장차남 구도로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양측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OCI와의 통합 계약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함께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가 OCI와의 지분 교환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마무리하면 임주현 사장은 그룹 통합 지주사(현 OCI홀딩스) 지분 10.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사실상 차기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종윤 사장은 양 그룹 통합이 이뤄질 경우 통합 지주사 지분을 한 주도 보유하지 못하게 돼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이 11.66%, 장녀 임주현 사장이 10.2%를 보유하고 있다. 모녀 지분을 합산하면 21.86%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각각 9.91%, 10.56%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형제 지분을 합하면 20.47%로 모녀 지분과 1.30% 차다.

현재 모녀-형제 구도가 형성된 만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52%) 지분이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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