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SKT, 더 끈끈해진 ‘혈맹’..금융·통신 융복합 서비스 도전

약 4000억원 규모 지분 교환..중장기 추진력 확보 차원
계열사 지분 정리하고 지주 지분 획득..협력 단위 켜져
하나SK카드·핀크 출범으로 맺은 인연..동맹 전선 재확인
커머스·콘텐츠·음원·모바일과 금융의 융복합 실험 도전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7.25 11:25 의견 0

지난 22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자료=하나금융그룹]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4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섞으며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하나SK카드 출범 이후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두 회사의 디지털 혈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SKT는 지난 22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약 4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기로 했다.

우선 SKT는 33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에 매각하고 그 돈으로 하나금융 주식 3300억원을 매입해 지분 약 3.1%(22일 종가 기준)을 보유하게 된다. 아울러 하나금융과의 합작사였던 핀크 지분 49%도 500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가 된 하나카드는 684억원 규모의 SKT 지분과 SKT가 보유한 316억원 상당의 SK스퀘어 지분을 매입해 각각 약 0.6%, 0.5%의 지분을 취득한다.

이번 지분 교환은 하나금융과 SKT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서로의 지분을 섞음으로써 전략적 제휴의 중장기 추진력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종산업을 연결하는 초(超)협력으로 혁신 창출에 앞장서 온 하나금융과 SKT는 빅블러(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시대를 맞아 금융과 ICT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롭고 광범위한 협력 과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SKT가 지분 교환을 통해 혈맹 관계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T가 지분을 넘긴 하나카드의 전신인 하나SK카드가 2009년 하나은행과 SKT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후 하나SK카드가 외환카드와 인수·합병되면서 SKT의 지분율이 희석되긴 했지만 이후에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2016년 출범한 핀테크 ‘핀크’가 대표적인 예다. 핀크는 하나금융과 SKT가 각 51%와 49% 비율로 출자한 합작법인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생활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항상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하나금융과 SKT는 국내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도전하기 위해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후 하나금융이 3호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출범에 참여하면서 하나금융과 SKT가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침 SKT가 5G 서비스 구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금융 지분 2%를 전량 처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이번 제휴로 하나금융과 SKT의 지분 관계가 정리되고 혈맹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T가 보유했던 하나금융 자회사인 하나카드와 핀크 지분을 정리하는 대신 지주 지분을 획득하면서 협력 단위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협력 관계가 계열사를 통한 제휴 상품 출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금융·통신간 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협력 과제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과 SKT는 이번 제휴를 통해 ▲ESG 협력을 통한 사회적 역할 확대 ▲금융의 디지털 전환 ▲금융·통신 데이터 결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손님 특화 상품·서비스 융합 ▲상호 인프라 공동 활용 ▲디지털 기반 공동 마케팅 등 6대 영역에서 금융과 ICT 융합 기반의 미래 협력 사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지분 매입으로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에 동참하게 된 SK스퀘어와의 협업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SK그룹의 중간 지주사격인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SK플레닛,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등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커머스·콘텐츠·음원·모바일·보안 등 구독형 ICT 서비스와 하나금융의 생활금융서비스가 융복합된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기대된다.

하나금융과 SK ICT 패밀리 간 원활하고 실질적인 상호 협력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 각 그룹의 전략 담당과 유관 조직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너지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대한민국 금융과 기술을 신뢰와 혁신으로 선도해온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새로운 파트너십의 시대를 열게 됐다”며 “앞으로도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혁신을 통한 손님 가치 실현, 금융과 ICT 융합을 통한 혁신 가치 추구, ESG 부문의 협력을 통한 사회적 가치 확산 등 협업의 범위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영상 SKT 사장도 “이번 파트너십은 ICT와 금융 분야의 대표 기업이 힘을 합쳐 고객가치 혁신을 추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SKT는 고객 가치 제고와 ICT, 금융 산업 생태계 경쟁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다양한 ESG 활동에도 양사가 힘을 모아 선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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