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 우리에게는 각박한 오늘을 이겨낼 ‘무한동력’이 필요하다

이슬기 기자 승인 2018.06.12 15:59 의견 0
뮤지컬 '무한동력' 공연 사진(자료=(주)아도르따요)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무대 위 캐릭터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취업 전쟁 속에 좌절하는 사람이 있고 무한한 동력 에너지 기계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로 삶을 꾸려가는 청춘과 고3 수험생, 공무원 준비생까지. 모두 저마다 다른 색을 가진 채 오늘을 살아간다. 하지만 무대에 퍼지는 멜로디는 그 모든 색을 끌어안고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뮤지컬 ‘무한동력’이 지난 2015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재연을 찾아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신과 함께’로 유명한 웹툰 작가 주호민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었다. 수자네 하숙집 청춘들의 꿈을 담는 무대. 웹툰 연재 10주년을 맞이하는 2018년이지만 작품이 지닌 메시지는 변함없이 빛나고 있다.

극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무한동력기관을 연구하는 괴짜 발명가 한원식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주인공 장선재가 찾아오게 되는 이야기다. 대기업 취직이 목표인 장선재는 최선을 다하지만 연이어 찾아오는 실패 앞에 좌절한다. 

다른 식구의 사연도 만만치 않다. 한수자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3이지만 아버지 대신 가장의 역할을 한다. 동생 한수동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또 무용과를 중퇴하고 이벤트 회사를 꿈꾸는 김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진기한이 있다. 식구들은 모두 저마다의 실패를 겪는다. 

장선재는 성공할리 없는 연구에 몰두하는 한원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꿈에서 벗어나라며 모진 말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원식은 장선재에게 “자네의 꿈은 뭔가”하는 질문을 건넨다. 버거운 현실이 연이어 등장하기에 그의 질문은 이상적으로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원식은 꿈과 도전을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말하고 응원의 힘을 더한다.

뜨거운 감동에는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을 한다. 몸과 감성을 아끼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은 무대의 여백을 채우고 극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과 같다. 

화려한 무대 장치. 자극적인 전개와 반전.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넘버의 향연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무한동력’은 심심한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잔잔한 흐름 속에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이야기는 관객들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각박한 상황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함께 분노하게 되는 이유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지독한 현실에 짓눌리다가도 가슴에는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시간이다. 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힘. 바로 오늘은 버티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는 7월 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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