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초연의 장점 살렸다..'알앤제이' 큰 변화보단 강한 개성으로

이지은 기자 승인 2019.07.10 18:25 | 최종 수정 2019.07.10 18:48 의견 0
연극 '알앤제이' 공연장면 중 학생1(왼쪽, 지일주 분), 학생2(강찬분) (자료=이지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지은 기자] "초연과 다르게 큰 변화를 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김동연 연출이 1년 만에 돌아온 무대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 점이다. 작품이 좋았던 점을 지속해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 그는 "처음 올렸던 스태프들과 정성스럽게 만들었던 작품의 좋았던 것을 지속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배우들도 '알앤제이'라는 공연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해석을 담아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3시 서울 장충동에서 연극 '알앤제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동연 연출과 전 출연진이 자리해 작품에 지난해 초연에 재연 공연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지일주에게 다시 무대에 서는 소감에 관해 물었다. 그는 "'알앤제이'라는 연극은 회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 대본 자체가 주는 힘이 굉장히 매력 있었다. 학생과 다른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중의성과 학생들끼리 만들어가는 케미가 재미있다"고 답했다. 이어 연극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묻자 그는 "오랜만에 하는 연극에 행복하다. 감정을 많이 소모하는 공연인데 그동안 매체에서 하지 못했던 감정 표현을 무대에서 표출하고 있어서 매번 공연에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앤제이'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붉은 천'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학생 2' 역할을 맡은 강영석이 동의했다. 그는 "굉장히 멋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의상도 이쁘고 무대도 특이하다"고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이어 '학생 1' 역할의 박정복은 무대석이 매력있다고 했다. 독특한 무대로 관객에게 특별함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 무대 양면을 둘러싼 객석과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최소화해 공간적 제약을 지웠다는 평가로 '알앤제이'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총 10명의 배우 중 오정택, 손유동, 강기둥 박정복 기세중 5명의 배우가 이전 연극 '보도지침'에 이어 함께 출연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케미도 극의 한 재미다. 박정복은 "10명의 호흡도 다 좋다.(웃음) 곰곰이 생각하면 무대 위에서 흘리는 땀이 돈독해지는 힘이 분명 있다. 그러다 보면 외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많고 오랜만에 즐겁게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강기둥은 "연습실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알앤제이 공연장면 사진(자료=이지은 기자)

'알앤제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주한 작품이다. 엄격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극은 당시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탐독해 위험한 일탈의 게임에 빠져드는 네 명의 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작품은 '2018 SACA'에서 ▲최고의 연극상 ▲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남우신인상을 모두 석권해 최고의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 함께하는 손유동과 송광일에게 극 중 좋아하는 캐릭터와 포인트를 둔 점에 관해 물었다. 손유동은 "먼저 다시 참여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학생 3'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에 변하는 학생 3을 제일 좋아한다. 학생3으로서 학생 본연의 모습과 변화 그리고 느껴지는 감정을 제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다. 그것들로 생기는 충동들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송광일은 "'학생 4'가 연기하는 티볼트, 유모, 발사자 모두 학생 4의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다 좋아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역할을 주로 해온 강찬에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점에 관해 묻자 그는 "공연하면서 교복을 3~4번 입었는데 학생으로서 작품의 차별성을 둔다기보다는 철저하게 작품 안에서 인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강찬은 캐릭터가 가지는 텍스트 적인 정보가 많이 없다고 했다. 이에 그는 "학생2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각 인물에게 차별성을 두는 것보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중심에 맞게 연기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없었을까. 기세중은 "로미오와 학생의 정점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학생들이 풀어가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학생 1'로서 로미오라는 연기를 어떻게 할 건지. 2막에서 줄리엣이 죽고 나서는 학생1은 로미오가 무슨 생각을 할까보다는 학생 1이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공연하면 할수록 학생 1과 로미오의 모호해지는 경계를 잘 찾아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생 2'이자 줄리엣을 연기하는 강영석도 같은 질문에 답을 이었다. 그는 "일단 대사가 일상적인 말이 아니라서 외우는 데 오래 걸렸다.(웃음) 대사가 잘 안 외워지더라. 보통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인데. 같은 역할의 홍승안은 "워낙 '시적인 말로 대사로 표현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의 단어와 어휘 문장 형식이 아름다우면서도 어렵더라. 이해하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홍승안은 "이 시기에 셰익스피어의 말을 하고 남의 말을 빌려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데 그것들이 정말 큰 매력이고 이 과정을 해나가는 거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연극 '알앤제이'는 서울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오는 9월 2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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