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116.0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소비자물가가 2개월 연속으로 2%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오르면서 석유류를 비롯한 수입품목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물가안정 목표(2.0%)에는 부합하는 수치로 전반적인 물가 지표는 둔화했지만 일부 장바구니 품목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수온상승에 따른 '피시플레이션'(수산물+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수산물 물가는 3.6% 올랐다. 가공식품은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2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0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지난 1월(2.2%)보다는 오름세가 소폭 둔화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3%를 저점으로 11월 1.5%·12월 1.9% 등으로 우상향 곡선을 타면서 새해 들어 2%를 넘었다.
통화정책의 중요 지표로 활용되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역시 1.9% 오르면서 1월(2.0%)보다 상승세가 소폭 둔화했다.
전반적으로는 작년 2월 1300원대에서 지난달 1400원대로 100원 안팎 뛰어오른 환율의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이 오르면 국제유가가 같아도 석유류의 수입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자체는 (전년동월대비로) 큰 변동이 없었다"며 "국제유가보다는 환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체 물가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품목별로 보면 불안한 흐름이 나타났다. 외식 물가가 3.0%,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가 2.9%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각각 0.43%포인트(p), 0.57%p 끌어올렸다.
특히 외식 물가 상승에는 배달앱의 '수수료 갑질'에 따른 이중가격제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료비 또는 인건비 같은 원가부담뿐만 아니라 배달앱의 과다한 수수료 부과가 결과적으로 이중가격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이두원 심의관은 "원재료나 인건비 등으로 통상 외식 물가는 일정 수준 상승한다"면서도 "일부 업체에서 가격대를 차별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그런 이유로 상승한 요인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석유류는 6.3%, 가공식품은 2.9% 각각 오르면서 전체 물가에 0.24%포인트(p)씩 기여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작년 1월(3.2%) 이후 가장 높았다. 식품업체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빵·커피·김치·비스킷·주스 등 다양한 가공식품의 물가를 순차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밥상물가는 일부 품목에서 들썩였다. 기저효과에 따른 통계적 착시도 반영된 것으로 일반 국민의 체감 물가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6%로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생선, 채소, 과일을 아우르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4% 하락했다. 지난 2022년 3월(-2.1%) 이후로 35개월 만에 첫 마이너스다. 특히 과실 물가가 5.4% 떨어졌다.
농산물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1.2% 떨어졌지만 축산물(3.8%)과 수산물(3.6%) 물가는 비교적 큰 폭 올랐다.
도시가스(6.9%)·지역난방비(9.8%)·상수도료(3.7%) 등도 비교적 큰폭 올랐다. 물가당국은 근원물가 둔화에 의미를 두면서도 환율, 국제유가 및 기상여건 등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기획재정부는 "먹거리 물가안정을 위해 주요 식품·사료원료(31종) 할당관세, 농수산물 비축·방출 및 할인지원 등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정학적 정세, 주요국 통상 갈등, 환율 움직임, 내수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