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식품업계가 일제히 가격 인상을 하거나 이를 검토하는 가운데 발렌타인데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었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초콜릿 판매가 증가하며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형마트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14일까지 밸런타인데이 행사 기간 초콜릿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7.9% 증가했다.
편의점 CU는 밸런타인데이 시즌인 8일부터 14일까지 11.6%의 매출 증가율을, 세븐일레븐은 1일부터 14일까지 발렌타인데이 관련 제품 매출이 15% 증가했다. 이마트24 역시 같은 기간 3% 매출 상승을 보이며 긍정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는 당초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인해 초콜릿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우려를 덜었다.
초콜릿 매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발렌타인데이 프로모션 행사 3~4개월 전 기획돼 최근 코코아 가격 급등이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전에 확보한 재고를 기반으로 판매가 이뤄진 만큼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은 사치를 누리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명품 가방이나 고가 패션 아이템 대신 초콜릿·디저트·화장품 등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대의 제품이 인기다.
관련 업계에선 밸런타인 대목 효과로 판매가 증가했지만 코코아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초콜릿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소비 둔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공급 차질로 인해 코코아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 131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 같은 현상에 롯데웰푸드는 17일부터 초콜릿류를 포함한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 대표 상품인 가나마일드(70g)는 기존 2800원에서 3400원으로, 크런키(34g)를 14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린다.
오리온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올렸는데, 초콜릿이 주원료인 초코송이의 경우 인상폭이 20%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해태제과도 초콜릿 원료 비중이 높은 홈런볼·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약 8.6%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코코아 가격 급등이 초콜릿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다가오는 대목 시즌에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