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위협 받는 서민의 ‘술값’..주류업계, 인상 부담 앞두고 ‘고민’

김제영 기자 승인 2023.01.26 15:24 의견 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맥주 판매대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새해부터 소주·맥주 등 술값 인상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주세가 오르고 각종 원가 비용이 증가하자 주류업계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소비자의 가격 저항 및 부담이 우려돼서다. 다만 세금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26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주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의 주세는 30.5원 오른 리터당 885.7원, 탁주는 1.5원 오른 44.4원이 된다. 맥주·탁주의 주세는 매년 초 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는 종량세법에 따라 인상 폭을 결정하는데, 이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5.1%)의 70%(3.57%)가 반영된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맥주·탁주에 대한 세율 인상은 오히려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으로 인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주류 가격안정 등을 고려해 최솟값을 적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인상률은 맥주·탁주의 세금 부과 방식을 종량세로 개편한 202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종량세에 따라 맥주·탁주는 매년 물가상승률의 70~130%를 반영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소주·와인의 경우 출고 가격을 올리면 세금이 오르는 종가세 방식을 따른다.

주세 인상이 결정되면서 맥주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주류업계는 주세가 인상되면 맥주 출고가를 올려온 만큼 이는 가격 인상의 예고편인 셈이다. 실제로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은 지난 2021년 당시 주세가 0.5% 오르자 맥주 출고가는 평균 1.36%, 2022년에는 주세가 2.49% 오른 후 맥주 출고가를 7.7~8.2% 인상했다.

소주 값 인상 역시 가시화하고 있다. 소주의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인상 요인이다. 지난해 소주의 원료인 주정과 병뚜껑 가격이 각각 7.8%, 16% 올랐다. 이에 따라 소주 가격 역시 7.2~7.9% 인상됐다. 올해부터는 녹색병 기준 공병 가격이 기존 180원에서 22.2% 오른 22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라 또 다시 부담 요인이 생겼다.

주류업계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소주·맥주 모두 각각의 인상 요인에 따라 지난해 가격을 한 차례 올린 바 있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국민 술’ 소주·맥주는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응이 민감한 품목 중 하나다. 가격 인상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인상을 결정하기란 적잖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다만 위스키의 경우 이미 작년 연말부터 가격 인상 릴레이에 불이 붙었다. 작년 12월 페르노리카코리아(발렌타인·로얄살루트·시바스리갈)와 디아지오코리아(조니워커·J&B)가 위스키를 포함한 제품 출고가를 인상한 이후 이달 디앤피 스피리츠(맥캘란)와 롯데칠성음료(스카치 블루)가 연이어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역시 원자재인 원액 단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는 설명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세금이 오르는데 제품 가격이 그대로인 건 기업이 온전히 손해를 떠안는 격이다. 주세 인상분은 맥주·탁주 출고가에 당연히 반영돼야 하는 부분이다. 종량세 체제 아래 매년 주세 인상에 따라 해당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주세 외에도 원자재 등 가격 인상 요인을 검토해 향후 업계 전반에서 주류 제품 출고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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