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매출만큼 쌓이는 ‘적자 행진’에 골머리..쿠팡, 적자 악순환 끊어내려면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3.21 15:44 의견 0
[자료=쿠팡 홈페이지]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쿠팡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매출로 사상 최대이자 유통 ‘양대 산맥’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넘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만년 적자’ 꼬리표는 여전하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직전년도 대비 54% 증가한 184억637만 달러(약 22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같은 기간 4분기 매출도 34% 증가해 16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매출로는 작년 이마트 별도 기준 매출 16조4514억원, 롯데쇼핑 연결 기준 매출 15조5735억원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매출 성장세만큼 누적 적자도 심각해지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순손실은 14억9396만 달러(1조8000억원)로 직전년도 적자 4억6316만 달러(약 5600억)보다 3배 이상 불었다.

이는 물류 인프라 확충과 덕평물류센터 화재 수습 및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 비용,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투자에 대한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쿠팡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로켓배송·로켓프레시를 위한 전국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서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적자 누적에도 성장을 고집하는 쿠팡의 전략은 ‘규모의 경제’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미션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쿠팡이 왜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고객 만족 및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멈추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은 2010년 초기 비즈니스 모델인 소셜커머스 사업 과정에서 배송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매입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2014년 3월 출시한 혁신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이 직접 배송 서비스의 시작이다.

이후 2018년 10월 무조건 무료배송·반품이 가능한 유료 회원제 ‘와우멤버십’를 월 2900원에 선보였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로켓프레시’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신사업도 추가했다. 편의 서비스 다양화를 통해 쿠팡은 지난해 연말 기준 와우멤버십 가입자 수 약 900만명을 달성했다.

그러나 쿠팡의 규모의 경제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해야 한다고 추측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점유율은 네이버쇼핑(17%), SSG닷컴·지마켓글로벌(15%), 쿠팡(13%) 순이다. 아직 압도적인 1위 업체가 없는 만큼 치열한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인상해 일부 수익성 개선 효과를 노리고 있다. 최근 로켓와우의 무조건적 반품·환불·교환 정책을 악용하는 회원이 늘면서 순손실이 늘자 해당 서비스를 변경한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증권가는 쿠팡의 중장기적 흑자전환 조건으로 수수료 매출 비중 인상과 프로모션 축소 등을 꼽았다.

쿠팡은 이미 이마트를 능가하는 매출 수준을 달성한 만큼 추가 성장보다는 중개 수수료와 광고 매출 등 수수료 비중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쿠팡의 벤치마크 플랫폼 아마존은 수수료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서자 수익성 개선에 속도가 붙었다. 쿠팡은 현재 오픈마켓 및 쿠팡이츠 등 수수료 매출 비중이 약 11%에 불과하다.

또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 등 과도한 프로모션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쿠팡은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영업적자의 98%가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에서 발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두 서비스는 현재 쿠팡이 공격적인 점유율 확장에 나서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류 투자와 프로모션, 인건비 증가에 따른 결과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쿠팡은 거래액 성장률이 높고 로켓배송 서비스에 대한 충성고객이 많이 모여 있어 로켓프레시 서비스는 대형마트 매출과 유사해지는 것이 충분조건이 될 수 있을 것. 쿠팡이츠는 요기요를 넘어서는 시점이 중요”하다며 “2024년 이후 쿠팡이츠와 로켓프레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24년 흑자전환이 가장 낙관적인 가정”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