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 관객 홀리는 팀 버튼 표 판타지, 뮤지컬 '비틀쥬스' 짧은 만남이 아쉽다

이슬기 기자 승인 2021.08.01 08:25 의견 0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사진. [자료=CJ ENM]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그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인간은 비틀쥬스를 만날 수 있다. 저승을 들썩인 악동이 우리의 곁으로 찾아오는 순간인 것. 동시에 무대 앞 관객들은 팀 버튼 표 화려하고 정신 사나운, 유쾌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릴 수 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를 사로잡고 올해 처음으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들긴 작품이다. 1988년에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원작인 것.

주인공 비틀쥬스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끼어 98억년을 산 유령이다. 그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인간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 죽은 자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틀쥬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인간들 앞에서 단 1초도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한국 첫 비틀쥬스 역할을 맡은 유준상은 특유의 에너지로 관객을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쟁쟁한 오디션 경쟁을 뚫고 리디아 역에 캐스팅된 장민제의 톡톡 튀는 존재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열연은 현실과 동 떨어진 판타지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관객을 초대한다.

영화를 통해 소개됐던 기괴한 판타지는 팝업북을 연상케하는 버라이어티한 무대와 다양한 퍼펫, 끝 없이 관객의 웃음을 자극하는 유머로 재탄생한다. 스토리, 연기, 노래 등 기본적인 뮤지컬의 재미 외에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다양한 매력에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비틀쥬스가 그려내는 판타지, 저승의 세계,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전환되는 공간 등 무대는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추락이나 공중부양 등 마술 같은 연출 기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군무도 한층 화려함을 더한다.

때문에 한국 초연의 개막이라는 중요한 이슈를 앞두고 제작사 CJ ENM이 개막을 연기한 것도 십분 이해가 간다. 앞서 제작사는 기술적인 문제로 당초 6월 19일 개막을 예정했던 공연을 7월 6일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짧아진 공연 기간이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쉴 새 없이 웃고 놀라다가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 너희들 참 대단하다"는 비틀쥬스의 말 한 마디에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무대. '비틀쥬스'의 재연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객 곁으로 찾아와주길 바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오는 8월 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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