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글로벌 거대 자본이 게임업계를 거세게 휩쓸고 있다. 중국 텐센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이 유명 게임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자본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산업 보호를 위한 관심이 요구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PIF가 EA를 인수한다. (사진=AP/연합뉴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PIF 주도의 컨소시엄은 550억달러(약 77조원)에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A)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 6월 인수작업 완료 이후 비상장기업으로 전환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20년 ‘킹 오브 파이터즈’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일본 게임사 SNK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 자본의 움직임도 이어지는 흐름이다. 지난 7월 정부가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매각이 재개되자 텐센트가 이를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 것이다. 당시 정부와 넥슨은 물론 텐센트도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게임업계의 지배구조 안정성에도 이목이 쏠리는 형국이다. 사우디 PIF는 이미 넥슨 일본법인 지분 10.23%를 확보했다. 엔씨소프트 지분도 9.34% 보유해 2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텐센트의 경우 다수의 국내 게임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넷마블 지분 17.52%를 보유했으며 크래프톤 지분도 14.01%를 갖고 있다. ▲시프트업(34.58%) ▲카카오게임즈(3.89%) ▲웹젠(20.66%) 등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올라 있다.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는 해외 거대 자본의 국내 게임산업 잠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만약 주요 게임사들 중 이들에게 인수되는 곳이 생겨난다면 ‘게임 강국’이라는 위상에 큰 상처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4위의 게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업계의 노력에 기인한 것으로 구성원들 모두가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국내 게임산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주요 게임사들이 해외 자본에 팔려나가게 된다면 업계 구성원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게임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관건으로 꼽힌다. 산업을 일으킬 당시에 품었던 철학을 잘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각 기업들도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매각 시도로 이러한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학회장은 “약소국가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산업을 일으키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이는 정부의 관심과 창업주들의 철학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며 “주요 기업 창업주들이 처음 가졌던 철학을 굳건히 지켜나가 주길 바라는 마음이며 이들이 계속해서 의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을 지향하는 상황인 데다 K-콘텐츠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만큼 그 여파가 콘텐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러한 부분까지 면밀하게 살펴 해외자본 잠식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